협동조합 통해 상생하는 도-농 직거래, 가능할까?

  • 입력 2012.09.10 09:51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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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신용등급이 AA-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높아지고,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기사를 보고서 옆 사람에게 물었다. “그래서 살림살이 펴지셨습니까?” 깔깔대고 웃다가 허탈해진다. 물가는 폭등이고 에그플레이션이니 어쩌니 하면서 과자값, 라면값은 슬금 슬금 오르고 전기세는 그야말로 폭탄이다. 또 농촌지역은 수해피해로 시름만 쌓여있다. 그나마 농작물 재해보상보험이라도 들어 둔 곳은 다행이다. 추석이 와도 별로 기쁨이 없다.

오늘 아침 추석선물을 구매하라는 이메일 1통을 받았다. 생활협동조합 메일이었다. “아. 그래. 맞다. 추석이구나. 그런데 왜…” 문득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배를 사라고 이메일을 보내던 후배와 동료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한 명도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다. 이번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그 집 배라고 제대로 달렸을리 만무하지만 팔아줘야 한다는 부담이라도 좋으니 메일이라도 오면 올해 농사 잘 지었나보다 생각할 터인데 맘에 걸린다. 다른 생협에서 오는 메일에는 고추직거래 홍보가 전부이다. 그러나 집에서 거의 밑반찬 요리를 해 먹지 않는 현실이고 보니 재료는 큰 관심이 없다. 아마도 꾸러미를 신뢰하고 거래를 하고 싶지만 나처럼 요리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단계 더 손질된 완성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1인가구 증가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의 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요즘 농산물 판매의 새로운 방식으로 직거래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판매구조이다. 직거래의 생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구조의 형성이다. 따라서 인맥만으로 직거래가 오래 유지되기는 어렵다.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가치의 부여, 소비자에 대한 생산자의 책임이 동시에 필요하다. 지금까지 직거래 방식은 인터넷 카페나 체험마을, 기타 전화 등의 개인적 연계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는 판매관리도 어렵고, 판매효과도 감소할 뿐 아니라 여전히 경쟁에 기초한 거래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상품화의 방식이 교환경제에 기초한 거래방식이라면 대안적 상품교환 방식으로 교환의 가치에 제품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삶이나 공감을 함께 팔아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상품을 사고파는 조직, 개인을 넘어선 ‘상품+공감’을 교환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나 개인이 만들어지고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체계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이런점에서 요즘 뜨는 주제인 ‘융합’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최근 여성노동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밑반찬 배달 사업을 이용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곳에 밑반찬이 모두 국산제품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음식을 하는데 드는 재료는 400여가지라고 한다. 최소한 주요 재료는 국산일 것이다.

그렇다면 꾸러미를 밑반찬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은 없을까? 농산물 직거래조직(꾸러미 등)과 밑반찬 사업이 연계된다면 단순히 생산자+소비자의 결합이 아니라 여성농민+여성노동자의 관계로 관계의 공적위상도 높아지고, 사업의 책임성이나 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꾸러미협동조합+밑반찬 협동조합+상생·소통을 위한 택배사업 협동조합+공감(소비자)협동조합의 융복합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소비자를 관리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체제를 만들고 이러한 삶의 방식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제 상생이라는 가치에 동의해 도의적으로 맺은 단순한 연계를, 융복합으로 다양한 주체가 결합된 내용적 진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아무리 직거래를 하고 싶어도 직거래를 할 여건이 안되는 다수 소비자(요리할 시간이 없거나, 1인가구 및 가구원 수의 축소로 요리가 불필요한 경우)의 변화하는 생활여건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상생의 기본원리는 이해의 동질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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