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권의 농협개혁과 바람직한 방향은?

  • 입력 2007.12.09 23:50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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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뇌물 수수혐의로 징역 5년의 형을 확정한 이후, 신임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거가 이달말로 다가온 가운데 농업계에서는 ‘농협개혁’이 최대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농협개혁은 매번 추진돼 왔지만, 1988년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역대 농협중앙회장은 모두 비리로 사법 처리됐고, 지금도 농협은 임직원 그들의 것이라는 비난이 여전하다. 결국 그동안의 농협 개혁이 실패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민정부 이후 현재까지의 농협개혁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바람직한 농협 개혁의 방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연승우 기자〉

‘중앙회 신경분리’ 핵심 뺀 개혁…결국 실패 문민정부 개혁논의 본격화, 독립사업부 체제로 ‘유야무야’ 국민정부 애꿎은 농·축협 통합만, 신경분리는 물 건너가 참여정부 중앙회 지배구조 유지, 10년내 신경분리 불투명 과연 어떻게 해야 농협을 농민 품으로 돌려줄 수 있는 것인가. 뜻 있는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중앙회 신·경분리가 그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협은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강제적으로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하면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합쳐지게 되면서 현재 농협의 모순이 출발한다. 이후 1987년 민주화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농업계에서는 농협민주화 운동도 함께 시작됐다.

1989년 농민들의 뜨거운 투쟁으로 중앙회장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중앙회장을 직선으로 뽑게 되지만, 농협의 민주화는 농협 내부에서의 발생이 아니라 농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의해 이뤄지면서 농협중앙회는 농민들과의 괴리는 줄이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농협개혁은 농가부채와 함께 14대 대선부터 농업관련 첫 번째 공약으로, 지금 17대 대선까지 줄기차게 거론되고 있다.

▶문민정부=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농협 개혁을 위한 조치들이 단행됐다. 문민정부는 농협 개혁에 착수했으나 가장 근본적인 개혁과제인 신경분리에 실패한다.

신경분리에 대해 농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농협, 수협, 축협 중앙회를 통합하고,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완전 분리하여 협동조합 금고를 설립하며, 기존 중앙회는 경제사업 중심의 전국연합회 체제로 개편할 것을 주장한 반면, 농·수·축협 중앙회는 각각의 중앙회를 유지하면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독립사업체계로 유지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문민정부에서 농협개혁을 담당했던 ‘농어촌발전위원회’에서는 신경분리에 대해 각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기 위해 1단계 완전독립사업부제 실시 준비, 2단계 완전독립사업부제 실시 및 협동조합은행 설립 준비, 3단계 협동조합은행으로의 완전독립을 설정하고 법 개정시에 협동조합은행 설립 시기와 설립준비기간 중에 취할 조치를 명시하도록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농업협동조합법을 개정안에 ‘주무부 장관은 농·수·축·임협중앙회의 독립사업부제 실시 결과를 포함한 경영의 평가와 검증을 통해 신용사업의 분리·통합 및 별도 법인 설립을 준비하기 위한 기획단을 설치 운영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1994년 12월 국회에 통과된 수정안에서는 ‘독립사업부제의 유지·보완 또는’이라는 내용이 삽입돼 통과하게 된다. 이로써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는 물 건너갔다.

▲ 농협중앙회 전경
▶국민의 정부=역시 농협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1998년에 발표한 100대 국정과정에 협동조합 개혁이 포함시켰다.

농림부는 같은 해 4월 협동조합개혁위원회(협개위)를 신설해 7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농업인, 회원조합 중심의 협동조합 운영체제 구축 △사업운영의 전문화 및 효율화 등으로 설정했다. 협개위는 이와 같은 기본방향 아래 협동조합 구조조정, 경영관리체제 개혁, 지도감독체제 개혁 등 3개의 개혁과제를 선정했다. 그러나 협개위는 신경분리에 대해서는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농림부에 3개의 안을 제출했다.

협개위가 제출한 1안은 중앙회 체제를 유지하면서 독립사업부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이었으며, 2안은 중앙회의 다양한 기능을 기능별로 통합하자는 내용으로 중앙회는 지도, 감독, 조사, 교육, 농정협력 기능만을 수행하고 신용공제사업을 통합해 협동조합은행을 설립하고 경제사업은 전국단위의 경제사업연합회가 담당하자는 안이었다.

3안은 농수축협 각 중앙회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고, 사업부문별 독립사업부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3안을 중심으로 농협법을 제정하면서 신경분리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연구기관에 신경분리 타당성 등의 검토를 의뢰한 뒤 그 결과를 법 시행후 2년 이내에 국회에 제출하며, 국회에 제출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농림부장관은 연구결과에 따른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다.

국민의정부도 신경분리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원인은 당시 협동조합개혁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신경분리의 이해 당사자인 농협중앙회의 임원이 협개위 위원이었으며, 협개위가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농림부 고위공무원들이 4명이 참가했다.

따라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소극적으로 개혁을 진행시킨 농림부와 이해당사자인 농협중앙회까지 포함된 협개위에서의 신경분리 단일안을 도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1992년 문민정부 이후 10년이 지난 참여정부시절까지 농협개혁은 계속 추진됐다. 참여정부는 농협개혁위원회 2003년 12월에 구성하면서 개혁에 착수했지만 이 또한 논쟁만 가속화 됐을 뿐 실질적인 개혁은 이끌어 내지 못했다.

▶참여정부=2000년 10월 농협법 개정안이 발표되고 이에 따라 농림부는 신경분리 타당성 검토를 한구금융연구원에 의뢰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단계적 분리추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구결과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농림부는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2003년 4월 농협중앙회 내 농협개혁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한 뒤 농협개혁을 논의했으나 농민단체와 농협중앙회의 대립구조 속에 실질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 농민단체는 구조개선과 3년 내에 신경분리를, 농협중앙회는 7년 내에 분리를 주장했다.

이는 이해당사자인 농협중앙회 내에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위원들의 구성에 있어 지난 협동조합개혁위원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의견을 내지 못했다. 이후 2004년 12월 참여정부는 신경분리보다 조합의 경영효율성 우선 제고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칠레 FTA, 한미 FTA 등의 개방농정에 농민들의 투쟁이 거세지면서 농협개혁은 지리멸렬해지는 가운데 정부는 한미 FTA 협상 체결 시점인 2007년 4월 농협 신경분리안을 확정했다.

정부가 발표한 신경분리 확정안은 10년간의 분리기간 이후 종합평가, 농협중앙회가 자본을 출자하는 방식의 신용사업 및 경제사업연합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87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의 걸친 농협개혁은 대선의 주요공약으로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농협개혁의 실패이유는 개혁의 전제조건이었던 신경분리를 정부는 농민 달래기로, 농협중앙회는 자신들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농협개혁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의 구조개선을 통한 경제사업 활성화이지만, 정부는 경제사업활성화만을 위해 신경분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정부의 농협개혁안은 신경분리만을 계속 뒤로 미룬 채 진행되어 왔다. 이는 최근 정부의 신경분리 계획에서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정부의 계획이 강제성이 있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애매모호하다”며 “분리시기도 불확실하며, 분리방식도 중앙회가 출자하는 방식은 중앙회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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