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축협, 화성호 축산단지 사업 타당성 논란

조합에 해 끼치는 사업 VS 조합 정체성 지켜야

  • 입력 2012.09.10 09:02
  • 기자명 어청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축협이 추진하고 있는 ‘화성호 축산단지’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두고 이사회 임원이 “성공할 수 없는 사업, 거액의 손실만 입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와 화성시, 한국마사회, 수원축협은 지난 2005년부터 화성호 간척지에 ‘에코팜랜드’를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2014년까지 총 사업비 6,740억원의 규모로 국비 1,140억원, 도비 778억원, 민자 약 4,282억원을 투자해 말 사육시설, 승마장, 생태공원, 축산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원축협은 간척지인 화성호 4공구의 국유지 238ha를 30년간 장기 임대해 약 530억원을 들여 축산단지를 건설하고 한우 번식우 8,400두를 입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중 축사를 제외한 면적은 조사료 재배에 사용하고 자원화시범사업을 통해 180억원의 분뇨처리 시설도 축사 옆에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자원화시범사업은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양돈 분뇨 1톤을 처리할 경우 1억5,00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이다.

화성호 축산단지 사업 철회해야

수원축협의 A 이사는 수원축협의 축산단지에 대해 “개인들이 책임지고 소를 직접 키워도 적자를 못 면하는 상황에서 축협이 인건비를 써가며 소를 키우면 분명 막대한 손실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설사 사업이 정상적으로 된다손 치더라도 축산단지 소들을 파느라 조합원들 소 판매는 뒷전이 될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A 이사는 수원축협이 법도 넘나들며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간척지는 국유지라 재임대도 불가능해 조합원들이 축산단지에서 사육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수원축협이 호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이사는 “원래 축협은 농협법상 자기 자본의 20% 이상을 투자하면 안 된다. 현재 1,15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갖고 있는 수원축협이 400억원 이상 이 사업에 투자한다면 이는 농협법도 어기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A 이사는 화성호 축산단지에 세워질 자원화시범사업의 분뇨처리 시설도 형평성에 문제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축협의 양돈농가가 전체 조합원 4%인 80여명에 그치는데, 80여명의 양돈농가의 분뇨 처리를 위해 3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시설을 설치하면 다수 조합원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의견이다.

A 이사는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을 벌려놓고 현 조합장이 2015년에 그만두면 사업이 잘못 됐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위축되는 축산업, 축협 정체성 지켜야

수원축협 측은 A 이사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축협 화성호 축산단지사업단 이학행 단장은 “단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A 이사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수원축협의 관내 수원, 화성, 오산 지역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환경법과 분뇨처리 등의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의해 축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어려워졌다”며 “도시개발에 의해 그나마 있던 기존 축산업을 하는 조합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수원축협의 조합원이 2,300여명이지만 관내 동탄 신도시 등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실제 축산업다운 축산업을 하는 조합원은 1,000명 정도 밖에 안 되고, 이 추세라면 10년 내에 ‘축산업을 하는 조합원 없는 축협’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서울축협, 안양축협 등 도시 농·축협들이 대부분 이것을 고민하고 있다. 화성호 축산단지 사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단기적으로 들어가는 사업비도 많고 소값도 낮은 상황이라 적자가 예상되지만 서울우유, 부경양돈에 이어 전국 3위의 유통능력이 있으니 조합원들의 소를 유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 단장은 “지금은 대형 마트 등에 사정하는 처지지만 생산기반까지 갖추면 오히려 대형 마트 관계자들을 불러다 가격경쟁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유지이므로 재임대가 불가능해 조합원들이 축산단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지 않느냐는 A 이사의 비판에 대해서 이 단장은 “조합원들에게 신청을 받아 영농조합법인과 농업법인을 세우고 법인의 대표와 임원 등을 조합원들이 맡게 할 생각이다. 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논란이 된 양돈 분뇨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자원화시범사업도 A 이사와 의견이 갈렸다.

수원축협 전략기획팀 김용석 팀장은 “180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에 우리 예산은 36억원 뿐이다. 양돈 농가들이 분뇨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데 만약 이 시설을 운영하면 오히려 양돈농가들을 우리 조합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대가 극심해 한 달에 12번이나 이사회가 열렸고 심지어 환경부 관계자까지 이사회에 와서 이 사업을 설명했다”며 충분히 논의한 것이므로 재고의 여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 “농·축협 직접 생산은 제 역할 아니다”

수원축협의 축산단지 사업에 대해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는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축협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 생산을 지원하고 유통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실제 공장형 축산업으로 운영되는 외국의 사례가 있지만 환경파괴 문제와 위험이 커 성공하기 힘들다”고 축산단지 사업에 대해 의견을 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농·축산물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부담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고용된 사람들이 농민들처럼 책임감을 갖고 생명을 돌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농·축협은 원래 생산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생산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직 자체가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역 농·축협의 합병 기준을 현재의 자산규모, 건전성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실제 조합원들이 얼마나 생산에 참여하는지를 따져 도·농간 농·축협을 자연스레 합병시키고 생산지원과 시장교섭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어청식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