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먹거리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 입력 2012.08.27 10:21
  • 기자명 허남혁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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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식량자급률을 제고하면서도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하는 큰 그림 나와야

전세계적으로 다시금 식량위기의 징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볼 때 20세기 중후반의 먹거리 대량생산-풍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이제 먹거리가 다시 부족해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07~8년 전세계적인 식량위기 이후에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국가적 차원의 식량안보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 중 프랑스나 호주 같은 나라들은 좀 더 포괄적이고 창의적인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의 식량수급계획을 넘어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좋은 먹거리를 공급함으로써 요즘 많이 언급되는 비만이나 당뇨 같은 식원성 질병까지 예방하고 먹거리 빈곤층에 대한 건강 불평등 문제까지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적 공급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식량’ 차원의 정책과, 질적 공급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영양’ 차원의 정책, 그리고 식품제조산업과 외식업 차원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식품산업’과 ‘식품안전’ 차원의 정책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먹거리 종합계획’이다.

전세계적으로 식량위기 징후 나타나

프랑스는 전세계적인 식량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일련의 정책적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깝게 하자는 짧은 유통(short chain) 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농어업근대화법을 통과시키고 이 법에 근거해 농림수산식품부 차원에서 국가 먹거리 프로그램(National Food Programme)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먹거리 접근성 개선, △지속가능한 먹거리 공급, △먹거리 관련 지식과 정보의 개선, △식문화유산의 진흥이라는 4대 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에 따라 광역정부들이 광역 먹거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국가계획이 의미있는 것은, 농업부처 차원에서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고 산업과 생활, 문화를 아우르는 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차원에서 농산물 수출대국 호주 농림부가 지난 7월 국가식품계획(National Food Plan) 초안을 내놓고 국민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호주의 계획은 지속가능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으며, 회복력 있는 먹거리 공급을 증진하고, 이를 통한 영양많고 적정한 가격의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호주의 계획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자국의 농식품산업 진흥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성 증진과 국민 소비 측면에서의 먹거리 접근성 증진이라는 차원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비슷한 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먹거리 수급정책 바뀌어야

이들이 이러한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농업생산 차원에서의 공급정책과, 국민들의 안정적인 먹거리 섭취를 위한 수요정책이 일관적인 흐름 하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글로벌 식량위기, 국민건강의 위기, 각종 가축질병으로 인한 식품안전의 위기 등 현재 우리의 먹거리를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다각적인 위기상황들 속에서, 지금까지의 먹거리 수급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농식품부의 ‘식량’정책 - 그것도 주로 대외 수급정책 - 과 ‘식품산업’정책,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식품안전’정책만 존재하고 그것도 서로 따로 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국가 차원의 식량자급률을 제고하면서도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하는 큰 그림이 이제 대선 정국을 맞아서 나와야 한다. 당장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농어업·농어촌 및 국민 먹거리 기본법>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 차원의 먹거리 종합계획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국내 농업생산자와 국내 소비자를 서로 가깝게 만들고 서로 연결해주는 로컬푸드 정책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먹거리’를 산업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민생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의 전환이라는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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