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이 얼마나 한중FTA를 반대하는지 알려주겠다”

[인터뷰] 박점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 입력 2012.08.20 09:41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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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잇따른 개방농정으로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을 이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과의 FTA만큼은 ‘농업에 대한 사형집행’이라며 안 된다는 농민들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정부는 한중FTA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여성농민대회가 열리는 23일 중국에서는 한중FTA 3차 협상이 진행된다. 농업의 기로를 결정지을 한중FTA 협상을 바라보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심정은 더욱 비장할 터. 전여농 박점옥 회장에게 여성농민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지난달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중FTA 중단 전국농어민결의대회. 이날 박점옥 회장은 단상에 올라 “여성농민들이 한중FTA 협상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중FTA 3차 협상이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전국여성농민대회와 겹친다. 대회를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8월 말 민중진영의 총궐기가 있는데 여성농민대회가 맨 처음이다. 여기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는데 한중FTA 협상 한가운데 대회가 있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기간 내내 FTA를 추진하고 또 한중FTA를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세력이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여성농민들이 한중FTA를 얼마나 반대하는지 알려주려고 한다. 협상기간이라고 해서 대회 진행이 크게 바뀌진 않지만, 국민들이 한중FTA는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겠다는 심정이다. 때문에 어느 대회보다 마음이 무겁다.

전국여성농민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전여농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현장 여성농민의 분위기는 어떤가.
- 갈수록 농사짓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가뭄에 폭우에, 기록적인 날씨를 농촌에서 몸소 느끼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날이 가물어서 밭에 심은 콩이 다 말라죽어버렸다는 이야기부터 밭작물 직불제, 비료값 문제제기까지. 간밤에 내린 비로 들깨, 고추 할 것 없이 싹 누워버려서 일으켜 세워야 하는데도 회의에 나와서 현장의 어려움을 쏟아내기도 했다.

맨 처음 여성농민대회를 이야기하면 가는 차비문제나 인원동원 등으로 많이 어려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냐며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여성농민의 마음이다. 도회장님들이 작년보다 목표를 높여서 3,000명이 모이는 여성농민대회를 만들어보자고 결의했다. 지역에서도 어렵지만 참가목표를 정하고 재정마련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했다. 전남은 양말판매를 하면서, 경남은 화장지를 판매하며 여성농민대회를 알리고 재정사업을 진행했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여성농민 7대 요구안을 가지고 마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교양도 했다. 그 속에서 많은 힘을 받았다. 지역에 있는 간부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애도 참 많이 썼다. 그런 마음들이 8월 23일 대회로 모일 거라 본다.

전국여성농민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 대회는 지난 1월 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됐고 날짜는 2월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됐다. 이후 토론과 논의를 이어가면서 7대 요구안을 만들었다. 이 요구안을 가지고 전국의 모든 도연합 회의와 22개 시군여성농민회 회의, 각 도연합 한마당과 시군여농 한마당 등을 다니며 여성농민을 만났다. 여성농민대회 중요성을 알리고 많은 여성농민이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공유했다.

지역을 돌아보니 많은 여성농민이 한중FTA 문제에 대해서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는 그 심각성에 놀라워했다. 마을 간담회를 빨리 잡아 지역의 농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열띤 반응을 보여줬다. 농업정책 자체가 없는 이명박 정권에서 우리 농민들이 잠자코 주저앉아 있다가는 정말 농촌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여성농민이 공감했다.

전여농의 7대 요구안은 △한중FTA 중단! 한미FTA 폐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여성농민정책 전담부서 부활 △모든 밭작물로 직불금 지원 확대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 제정 △여성농민 질병의 공공의료 질 개선과 접근권 보장 △농협법 전면 재개정으로 농협 개혁 쟁취이다.

올해 대선이 있다. 전여농이 11월 농민대항쟁의 포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어떤 계획이 있는가.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들은 늘 본인도 농민의 자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동안 농민을 위한 대통령은 없었다. 여성농민대회에 각 당의 대표들과 대선후보들을 초청했다. 여성농민들의 요구가 얼마나 절절하고 해결이 필요한지 느꼈으면 한다.

말로만이 아닌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농업 대선공약을 마련해 압박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다른 농민진영과 함께 농민들의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농민투쟁을 벌이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여성농민대회이고, 대회를 마치고 나서는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선승리를 위한 전여농의 방침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11월 농민대항쟁성사와 12월 대선승리를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다.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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