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녹조와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 입력 2012.08.13 09:15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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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의 번성으로 강이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는 강은 악취를 내뿜으며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만들어낸다. 수돗물을 비롯해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독성물질을 분해할 고도의 정수시설을 갖췄는지, 그렇지 못한지가 당장의 문제로 부각되고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긴급 처방전이 투여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강이 죽으면 강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죽거나 거처를 잃게 된다. 생태계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고도정수 시설이 갖춰져 있으니 문제가 안 된다거나, 예산을 투여하고 시설을 갖추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사람만 살면 그만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원인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재앙이라는 주장에 최근의 이상기후(적은 강수량과 폭염)가 원인이라는 정부의 반론이 맞선다.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 규명될 일이겠으나, 분명한 것은 결정적 요인이든 부차적 요인이든 강에 대한 무자비한 삽질이 녹조의 발생과 번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며, 가뭄과 폭염 등이 이제는 더 이상 이상한 기후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른 한편 두물머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두물머리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상수원 보호구역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강의 유장한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업이 펼쳐진 역사적 현장으로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생태, 환경, 문화의 자산이 됐다.

그런데 이곳이 이명박 정부의 무자비한 삽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 인공적 공원 조성을 위해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엎어버리겠다는 것, 정부는 행정대집행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4대강 공사가 대규모 녹조 발생과 강의 죽음이라는 자연의 보복에 직면한 지금 정부는 여전히 행정대집행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해 무자비한 삽질을 계속하려 한다.

두물머리는 이제 마지막 남은 4대강 공사 현장이 되었다. ‘공사 말고 농사짓자’는 구호를 건 두물머리 농민들의 싸움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난 6일 강행하려던 행정대집행이 농민들과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의 저지로 연기됐다. 삽질을 멈춰 강을 살릴 것인가, 무자비한 삽질로 끝내 강을 죽이고 말 것인가? 두물머리 투쟁을 전국화하자. 공사 말고 농사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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