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순직한 농민 부부의 명복을 빈다

  • 입력 2012.07.30 09:3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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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경북 칠곡에서는 폭염 속에 참외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다가 농민 부부가 사망했다. 날이 그토록 뜨거운데 왜 하우스에서 일을 했냐며 노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뜨거운 대낮에 그것도 하우스 안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농작물이란 것이 오늘 따지 않으면 내일은 상품이 되지 않는다. 나이 드신 농민들은 캄캄한 어둠속에 일어나 새벽이 밝아오기를 기다린다.

베트남 청년도 필리핀 아줌마도 하우스에서 일하면 휴일을 제대로 챙길 수 없고 근로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임금이 조금 적더라도 도시 공장이 낫다며 농촌을 떠난다. 상추나 가지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아예 취업을 사양한다. 일용직을 얻자니 하루 팔 만원, 구 만원하고, 농사일은 오히려 서툴러 할머니들만 못하다. 지구 온난화로 폭염 속에서도 일을 놓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은 칠곡 농민부부의 순직에, 하루 밥 세끼 꼬박꼭박 챙겨먹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몸 바쳐 일하고도 퇴직금 한 푼 없이 쓸쓸이 돌아가신 농민들의 명복을 빈다. 그 동안 일한 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경제성장의 희생양이 되었고, 지금은 살림살이가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물가안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이 땅의 농민들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동안 국민들의 식량은 농민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지켜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고혈을 짜낼 농민이 농촌에 남아 있지 않다. 젊은이들은 이미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았으며 그나마 베트남 청년들이 농사일을 도왔으나 그들마저 떠나는 농촌에서 누가 있어 국민의 식량을 지켜야 하는가.

농업은 쇠퇴해 가는 ‘농민의 직업’이 본질이 아니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책임지는 것이 본질이다. 이제 농민의 고혈을 짜서 국민의 식량을 준비하는 시대는 끝났다. 농민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먹거리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 그런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폭염 속에 일꾼을 구하지 못해 노인들이 죽어나가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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