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에서 집회가 끝나고 농어민들이 서울역으로 행진을 시작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찼고, 농촌지역에서도 듣기 힘든 곡소리가 서울시내에 울려 퍼졌다. 서울시청에서 서울역까지 넉넉잡고 30분이면 걷는 거리지만, 농어민들은 1시간 이상을 걸었다.
농어민들은 서울역까지 걸어가며 시민들을 향해 한중FTA로 인해 농수축산업이 모조리 망하면 국민들도 모두 위험해 처할 것이라고 알려냈다.
서울역에 다다랐을 때 인근 식당에서 일을 하던 시민은 잠시 대열에서 나와 쉬고 있던 농민에게 “무슨 일이에요”라고 묻자 경상도 사투리를 쓴 농민은 “한중FTA가 체결되면 농민들이 다 죽게 생겨서 이렇게 데모 하러 왔습니다”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그 농민은 자신은 양파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하며 “양파 값이 높아지면 중국에서 수입해 시중에 풀어버려 농민들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데, 중국과 FTA가 체결되면 안봐도 비디오지요”라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시민은 “안전한 농산물도 먹고 농민도 살아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본 대오가 서울역에 도착하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농민들을 기다린 건 ‘개념시민’이었다. 서울시민으로 보이는 한 50대 중년의 남성이 “농민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한중FTA 저지하면, 서울시민이 책임지고 한미FTA 둘러엎겠습니다. - 서울시민 -”이라는 글을 손 피켓에 적어 들고 있었다.
이를 보고 지나가던 농민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며 “고맙다”, “가슴이 따뜻하다”라고 말하며 얼굴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