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하면 우린 다 죽는다”

농어민 1만5천여명, 서울서 한중FTA 중단 목소리
우리농업은 죽었다며 상여 메고 서울역까지 행진

  • 입력 2012.07.09 09:22
  • 기자명 경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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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2차 협상이 열린 지난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는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올해 농어민에게 ‘사형선고’라는 한미FTA가 발효된 데 이어, ‘사형집행’이라는 한중FTA 2차 협상이 농어민의 강력한 반발에도 강행됐기 때문이다.

한중FTA중단 농수축산 비상대책위(상임공동대표 이준동, 김준봉)는 한중FTA중단 전국농어민결의대회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고 “한미FTA의 몇 배에 달하는 막대한 농어업 피해가 예상됨에도 한중FTA 협상 강행은 중국산 저질농수산물 수입에 따른 국민건강권 위협과 농어업계를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농어민 1만5,000여명은 “농어업인의 목숨을 담보하는 한중FTA, 농어업인의 한 맺힌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며 한중FTA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은 “FTA 추진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농산물들이 우리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중FTA를 추진한다면 우리 농민들이 이제는 죽음을 불사하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농어민 1만5천여명이 지난 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중FTA반대 집회를 마치고 상여를 앞세우며 서울역 광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최병근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박점옥 회장은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서 국민을 먹여 살려야하지 않겠냐”며 “여성농민들로부터 한중FTA 협상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들, “한중FTA 하면 다 죽는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의 반응은 “다 죽는다”였다. 한칠레FTA, 한미FTA 등 개방농정을 십 수 년 경험으로 체득하면서 득 될게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도리어 농산물 수입으로 가격을 제대로 못 받을 테고 그러면 농사를 못 짓게 된다며 깊은 우려를 보였다.

성주에서 올라온 백종렬 씨는 “중국에서 수확해서 한국까지 오는데 18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성주에서 배 싣고 서울 갔다 오면 24시간 걸린다. 결국 농업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에서 온 김형빈 씨는 “그간 FTA를 피부로 느껴왔다. 한중FTA 하면 농촌은 끝장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익산에서 올라온 김진운 씨도 “한중FTA 못하게 해야 한다. 체결하면 우리농산물 제값 못 받는다. 농사지어 뭐하냐. 농약 값, 비료 값은 비싼데 농산물은 싸고, 살길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함안에서 왔다는 조영래 씨는 “한중FTA 협상 자체를 하면 안 된다. 한칠레, 한미FTA를 맺었지만 우리농업에 득 된 게 없었다. 한중FTA 마저 체결되면 밥벌이도 못할 거다”며 강하게 FTA 중단을 주장했다.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도 연대의 뜻 밝혀

iCOOP생협 소비자활동연합회 오미예 대표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고 싶다”며 “소비자들도 한중FTA가 중단되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도시생활공동체위원회, 여성민우회 생협에서도 한중FTA 중단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표했다.

민주통합당 김춘진 국회의원은 “중국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중FTA까지 체결되면 우리 농산물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다음 정권이 출발할 때까지 아무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국회의원은 “통합진보당이 가장 앞에 서서 한중FTA를 저지하겠다”고  중단 의지를 밝혔다.  미·한중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박석운 공동대표는 “한중FTA는 1% 재벌에게는 이익일지 몰라도 99% 민초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중FTA까지 강행하면 99% 민초는 어떻게 살아야 되냐”며 “한중FTA 반드시 중단하고 민초의 힘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본 대회는 ‘한중FTA’가 쓰인 대형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와중에도 참가자들은 ‘한국농업은 죽었다’는 의미를 담은 상여를 메고 서울역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도중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경찰이 교통체증을 이유로 해산을 요구하는 경고방송을 내기도 했지만, 가톨릭농민회 이상식 회장의 “한중FTA중단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는 정리발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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