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농협, ‘계약재배와 수매란 이런 것’

강원도 횡성 서원농협 경제사업 비중 70%
농협이 비싸게 쳐주니 농민 ‘그저 고마울 따름’

  • 입력 2012.06.18 10:21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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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협의 매출에서 경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에 달하고 5년째 경제사업 매출이 300억 원을 넘은 농협이 있어 화제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서원농협(조합장 이규삼)이 바로 그 주인공.

서원농협은 조합원 1,165명에 도심지와 거리가 먼 전형적인 시골 농협이다. 그럼에도 현재 농협중앙회가 이 작은 농협을 ‘전체 농산물의 50%를 팔아주는 판매농협 구현’의 롤모델로 삼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서원농협이 운영하는 가공공장. 일본에 수출할 선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소비자 마음 붙잡아 고정적 판로 확보

서원농협이 판매농협으로 거듭난 비결은 2개의 가공공장 운영과 직거래 장터 개척,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다.

1998년 당시 서원농협은 순자본비율이 바닥이었다. 또 전 조합장이 만들어 놓은 제1가공공장은 운영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IMF 파고를 고스란히 맞아 합병대상 1호로 지정됐다. 현 조합장인 이규삼 조합장은 당시 농협중앙회를 찾아가 “신용사업의 실적을 토대로 합병 여부를 가리는 것은 억울하다. 조합원을 위해 경제사업을 해볼테니 합병을 유보해달라”고 설득해 합병을 3년 유예 받았다.

이후 서원농협은 같은 위치에서 매주 직거래 장터를 열었고 농산물의 좋은 품질이 입소문을 타다보니 단골이 꽤 늘어 직거래 판로가 활짝 열렸다. 이에 더해 현재는 대형마트와 도시 하나로마트 등 다양한 곳에 납품하고 있다.

서원농협은 상품개발에도 힘썼다. 전 조합장이 재임 당시 만들어 놓은 가공공장을 활용해 13가지의 잡곡을 섞어 만든 선식, 콩을 이용해 메주와 된장, 참기름, 들기름 등을 만들었다. 또 현재는 원주에 제2공장을 설립해 각종 산나물을 삶고 진공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상품이 웰빙과 다이어트 확산, 조리의 편의성 등 소비자 기호에 맞아 떨어지면서 경제사업 매출이 2008년부터 5년째 300억 원을 넘었고 전체 사업에서 경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었다.   선식의 경우 일본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에도 수출할 예정이어서 판로는 계속해서 열리고 있는 상태다.

 

서원농협은 가공공장에서 조합원들이 생산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을 발효 시킨다.
농산물 수매가 높이고 계약재배 조건 개선해

시장에서 농산물을 상품으로서 잘 팔려면 농산물의 맛과 품질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일정 물량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농산물의 생산은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다,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기후조건 등의 영향이 매우 커 일정한 물량을 꾸준히 맞추기가 쉽지 않다.

서원농협은 이러한 어려운 조건을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활성화하고 수매단가를 높여주면서 해결했다. 서원농협의 가장 큰 특징은 타 농협과 달리 농가와 계약재배한 생산물 전량 수매를 철저히 지키고 계약 수매가를 시장가격에 맞춰 높게 쳐준다는 것이다.

서원농협은 항상 시장가격을 살펴보고 그에 맞게 높은 가격으로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수매한다. 또 지난해 수매가를 올해 최저수매가로 정해 농가들은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하면서도 소득을 높이는데 유리해 서원농협과 계약재배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즉 서원농협이 시장가격의 오름세와 내림세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줘 조합원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짓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서원면뿐만 아니라 횡성의 타 지역 농가들도 너도나도 서원농협의 계약재배에 참여해 가공공장 운영에 필요한 원료의 물량을 맞추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서원농협의 김영규(54세) 조합원은 “다른건 몰라도 서원농협이 계약재배와 수매만큼은 철저하다. 항상 이를 고맙게 생각한다. 가끔 농산물이 비쌀 때 계약한 물량을 채우고 남는 물량을 몰래 시장에 파는 이들이 있는데 다들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규삼 조합장은 “이렇게 농가들에게 높게 수매가를 쳐주면 당연히 당기순이익은 떨어진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 등락을 농민들이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장과 농협 직원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가공하지 않은 농산물을 그냥 시장에 내다팔면 이렇게 수매가를 높게 쳐주기 힘들다. 그러나 농산물이 가공과정을 거쳐 부가가치가 높아지면 수매가를 높게 쳐줄 수 있다. 다른 지역농협들도 지역 특성에 맞춰 운영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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