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배추 피해, 대책 없는 진천군청

농민 "지자체 무능함이 여럿 힘들게 해"
지자체 늑장대응에 타들어 가는 농민 마음

  • 입력 2012.06.11 09:16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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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다끼이(주)가 수입한 춘양 계통의 배추종자가 오염된 상태로 국내에 유통돼 배추에 바이러스가 발생됐다. 심지어 이 종자의 모종을 사다 심은 농민이, 지방자치단체의 늑장대응 때문에 다음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어 해당 지자체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만난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남기원 씨는 올해 초 김치공장과 계약을 맺고 1ha(3,000여평)의 밭에 봄배추를 심었다. 그는 3년 전부터 봄배추를 심어 왔지만 올해는 순무황화모자이크바이러스(TYMV) 때문에 배추 수확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방치되어 있는 배추밭을 생각하며 답답한 마음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4월 말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의 지도에 따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추를 뽑아서 폐기처분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지자체와 정부는 전량 폐기를 목표로 방제작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이미 전량 폐기를 목적으로 5월 중순에 2차 방제작업까지 마쳤기 때문에 그는 진딧물 약도, 영양제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5월 초 1차 방제작업을 시작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자 배추 상태가 좋아졌다.

“피해보상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으니까 상태가 좋아진 배추를 보고 진천군청 측에서 출하를 권유하더라. 그러나 그 동안 관리도 하지 않은 배추를 출하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배추는 영양부족으로 쓰러져 갔다. 게다가 배추에 벌레들이 자리 잡아 더 이상 출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지금 배추가 심어진 곳에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나와 같은 피해를 본 다른 농민은 논에 배추를 심었는데 뽑아내지도 못하게 하니까 모내기도 못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배추밭을 가리키며 “진천군청은 준비된 계획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저렇게 방치만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그는 처음 문제가 발생한 4월 25일 진천군청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진천군청 측은 뒷전으로 미뤘다. 그는 “어떻게 보면 농가를 우롱한 것이다.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빨리 해결책을 내놨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방치하다 배추가 저렇게 나자빠지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진천군청이 매몰 계획이 있는지 조차 의심했다. 진천군청 측에서 매몰 날짜를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봄배추 출하를 마치면 참깨를 심고, 다음에 무를 재배하려고 했던 그의 계획은 마구 틀어졌다. 진천군청은 조만간 매몰한다고 했지만 그 ‘조만간’은 이미 열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약해에 따른 2차 피해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모든 살충제·살균제는 아침저녁 서늘할 때 방제하도록 되어있다. 농약 설명서에도 그렇게 적혀있다. 근데 공무원들이 한참 더울 때인 오전 11시에 와서 약을 뿌리고 갔다. 농약 사용설명서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공무원들이 약해를 입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노를 토해냈다. 배추밭에 흰 속살을 드러내고 덩그러니 남은 배추는 잎마름병까지 겹쳐 보기 흉했다.

이어 “이달 초 진천군청 측에서 1,230만원을 보상해주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진천군청 측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6일까지 시간을 허비했다”며 “전체 면적 가운데 5%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나머지 95%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 그러면 출하를 못하게 한 정부(지자체)가 95%물량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상식 아닌가. 정부가 바이러스라고 판명해 폐기하라고 했으니까 말이다”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자체의 무능함으로 쉽게 해결될 일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결국 여러 사람이 힘들어 지고 있다”고 말하며 담배를 물었다.

진천군 농업지원과 원예특작팀 권혁록 팀장은 “폐기를 계획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 현재 진천군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농촌진흥청의 매몰 여부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만 말했다. 수동적인 지자체의 행정으로 농민 속만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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