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농산물에 포위되는 ‘우리농업’

한중FTA 체결 시 농업생산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
국민들… 중국산 농산물 불안감 커

  • 입력 2012.06.04 09:39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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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농업은 자국민에게 기초식량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력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통해 농지의 경영권을 개별 농가로 분배해 농산물의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생산량도 세계평균을 넘어서 시장공급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흉년과 풍년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농업생산량 증가의 배경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 신품종 재배 등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생태와 환경문제는 중국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고, 식생활습관도 비슷해 재배되는 품종이나 작물까지 흡사하다. 특히 산둥성 일대에는 우리나라 시장을 겨냥해 고품질 과채류 농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단체들은 동북 3성 지역이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해 한중FTA가 체결되고 관세가 철폐되면 중국의 값싼 농산물이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을 송두리째 점령하고 말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중FTA 체결, 우리나라 농업 불리
중국산 농산물은 값싼 노동력과 대규모 단지에서 재배한다는 것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고 있다.

▲ 지난 14일 농민단체 대표자들은 국회정론관에서 한중FTA 1차협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중국과의 FTA 체결은 우리 농업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라며 반대했다.
대외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중FTA 체결로 2020년 기준 농업생산액은 2005년 대비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연간 최대 3조 3,600억 원의 농업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도 전 품목에서 관세를 50% 감축하는 방향으로 체결하면 농업 부문에서 쌀 2조 447억 원 등 총 2조 7,722억 원의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한미FTA에 따른 농업피해액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거대국가여서 우리가 많이 우려하지만 중국 농산물을 많이 들여오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농산물 등을 민감품목으로 미리 인정받고 본 협상을 벌이는 2단계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농산물 안전한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소비자 4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이 48%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음에도 일부 유통업자들이 원산지를 속여 국내에 유통시킨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식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중국에서 오염된 토양에서 제초제나 방부제 등을 남용해 농산물 등을 생산하거나 유통 과정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도 잔류농약 안정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2일 중국의 법제일보는 “중국 농업부는 최근 농산물에 남아 있는 농약의 안정성 문제에 대해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을 없애는 것은 이상주의고 어느 국가도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조차 자국 농산물의 농약 잔류로 인한 위험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또 중국 농업부는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농약의 72%가량이 저독성 농약으로 농산물의 잔류농약 양이 기준치보다 낮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농약을 쓰지 않으면 기근이 들 것”이라며 농약사용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중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한 검역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중국의 21스지징지빠오따오 신문은 “산둥성 칭저우시의 생강 농가들이 관행적으로 지하창고에 보관하는 생강에 DDT와 DDVP를 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DDT는 살충제로 세계적으로 많이 쓰였지만,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DDVP도 독성이 강해 수확된 작물의 보존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최근 중국의 산둥성 일부 농가와 채소 판매상들이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배추에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국민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결국, 중국산 저질 농산물의 안전성 문제는 중국과의 FTA체결에서 핵심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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