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포기정책 심판의 날 만들자

  • 입력 2007.12.09 12:45
  • 기자명 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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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경미
새벽 6시가 되면 동네어귀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두터운 옷으로 찬바람을 막으며 일 나가시는 여성농민들이 모여 있다. 각자의 일터에서 오는 차를 기다리는 것이다.

요즘 제주에서는 감귤 따는 일이 한창이다. 너무 바빠서 집에 초상이 나도 옆집에 밭일에 미안할 지경일 정도로 한사람의 일손이 모자랄 때이다. 그래서 동네 여성농민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밭일을 할 수 있으면 감귤 밭으로 가서 하루 일당벌이를 하고 있다.

제주농촌에는 낮에 집에 있는 여성농민들이 없다. 바다 물때가 되면 해녀들은 물질을 하여 생계를 유지하거나, 자기 밭에 일이 없으면 남의 밭으로 나간다.

이렇게 쉬는 날이 없도록 일을 하여도 빚은 해마다 늘어나고, 하루하루 생활해 나가는 것이 암담한 실정이다. 일의 강도는 점점 더해 비 오는 날에 동네 병원은 물리치료를 받는 여성농민들로 가득이다.

오는 12월19일은 대통령선거일이다. 후보들이 난리다. 서민의 삶을 같이한다고 시장을 돌아보고 장애인을 만나고, 독거노인을 만나면서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곧이 곧대로 그 말을 믿는 농촌의 농민과 여성농민들은 거의 없다. 아예 듣지도 않는다.

차라리 대통령과 농업이 관계가 없으면서도 하겠지만 농업은 나라 정책의 그대로 반영되고, 빠른 속도로 농민들의 생활에 변화를 주어왔다.

그동안의 대통령들이 개방형 정책을 펼칠 때 가장 먼저 농업을 개방하고, 세계는 경쟁시대라 할 때 제일 먼저 농업을 경쟁화 시켜 실력이 없으면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농촌은 대통령이 몇 번 바뀌는 동안, 농사가 잘되어 풍년이 되면 되는 대로 수입농산물도 같이 시장에 내놓아 가격은 비료 값도 못 건진다.

또한 올해는 태풍으로 배추와 무가 물량이 모자라다고 하니 수입배추와 무가 시장에 나와 있어 정작 농가에서는 귀한 배추가 아니라 태풍 피해로 수확량이 적어 평년에도 못 미치는 농가 수입이 될 듯하다. 개방화, 경쟁시대라서 농업은 이래저래 가장 먼저 치인다.

한칠레FTA, 쌀 협상으로 우리 농업은 연쇄적으로 가격하락이 되어 농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십 명의 농민들이 농약을 먹고 자살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도 모자라서 미국과 FTA를 맺고 마지막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다.

FTA가 되면 지금까지고 열리고 있는 개방의 문이 활짝 열려 아예 통째로 농업을 미국에 가져다주는 것이다. 농업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농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미국과 경쟁시켜 힘 있는 자가 살아남는 무한 경쟁시대를 달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무자비한 한미FTA를 찬성한다는 공약을 갖고 나온 대통령 후보들도 있다. 그러면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개방화 경쟁 정책의 극치이다. 농업에 아예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미FTA 반대투쟁으로 몰아가야 한다. 농업정치를 제대로 하는 대통령후보라면 반드시 한미FTA 반대 공약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농민들 이번에는 속지 말고 진정으로 농업, 농민을 지키는 대통령후보에 투표해야 한다. 그것이 농민이 끝까지 농촌에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태풍 불어 다른 지역농민들이 농사가 안되기를 바라는 삭막한 경쟁 인간이 아니라, 국민의 식량을 지키고 책임지는 진정한 농민의 심정으로 12월19일 대통령 선거를 농업포기정책의 심판의 날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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