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말라고 가지

  • 입력 2012.05.29 09:59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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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는 한방에서 가자로 불린다. 독이 없으며 성질은 차지만 맛이 달고 비위를 건강하게 돕는 채소다. 몸의 열을 내리게 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하며 몸의 부기를 빠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 가지를 마늘과 함께 먹으면 위의 소화 작용을 도우며 여름에 더위를 이기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식품영양학적으로 볼 때 검은 자주색의 가지는 안토시안계의 나스딘이라는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인체 세포간의 접착력을 증강시켜주고 모세혈관의 탄성을 증강시켜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고 모세혈관의 출혈을 예방해준다. 또한 이 가지는 스코포리틴과 스코파론이 함유되어 있어 경련을 억제한다. 가지는 암세포를 억제하고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주며 방사선 치료에 열감이 있을 때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가지는 성질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설사를 하게 할 수 있으니 많이 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그런 사람들은 성질이 따뜻한 파, 생강, 마늘, 향채 등과 같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가지는 94% 이상의 수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포만감을 증대시켜 체중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 좋으나 식품 영양학적 가치는 떨어지므로 소고기 등을 넣은 찜이나 볶음 등 다른 양념들과 함께 조리하는 조리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언젠가 충남농업기술원에 견학을 간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등나무처럼 높이 자란 가지나무(?)가 마치 화개(花蓋)처럼 펼쳐진 아래에 가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나를 놀라게 했다. 아직 추위가 덜 가신 4월의 초순이었기에 어쩐 일이냐고 질문을 했더니 그곳의 연구원은 다년생의 열대성작물인 가지를 온도만 맞춰주면 그렇게 나무처럼 자라면서 계속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잠시 뿐,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기운을 담고 자라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채소라야 우리 인체와 상응을 하여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니 그저 놀라기만 할 것은 아니었다.

5월이 채 가지도 않았지만 농사짓는 기술의 발달로 시장과 마트에는 벌써 가지들이 윤기 나는 검은 자태를 자랑하며 주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부터 시작하여 오이와 함께 여름밥상을 지키게 될 가지는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아린 맛이 더 많아지므로 따서 2~3일 정도 시들게 한 후 썰어서 말려 두었다가 생채소를 먹을 수 없을 때 먹으면 좋다.

생으로 먹으면 아린 맛의 독성이 맘에 걸리지만 시간을 두고 서서히 말린 후 물에 불려 먹게 되면 걱정이 없어진다. 호박오가리나 토란대 등의 묵나물들과 함께 마른가지나물볶음 한 접시 만들어 큰 양푼에 밥 넉넉히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쓱쓱 비비면서 숟가락 부딪히며 먹는 풍경은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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