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법체류자,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

수확기 단속 ‘뜨면’ 속수무책… 일손 없어 농작물 썩히기도
수급불안 가져오는 농촌 인력구조의 한계 지적

  • 입력 2012.05.29 09:05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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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 배추 산지 작업인력이 외국인 불법체류자로 채워지면서 수확기 출하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력수급난으로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만, 단속이 시작되면 일손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단속 떴다’는 소문만 돌아도 불법체류자는 밤새 짐을 꾸려 달아나 다음날 수확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단속에 걸린 작업팀의 반장은 한 명당 100만 원~200만 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확기를 놓친 농작물은 밭에서 그대로 썩기 일쑤다.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면 시장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처럼 기후변화뿐 아니라 인력문제까지 농산물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농업생산 기반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광형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기계화가 어려운 배추와 무는 노동집약적 품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력풀이 제조업에 편중돼 있다. 농업은 축산업에 일부 지원하는 것이 전부인데 무조건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무와 배추는 작기가 짧고 재배가 수월하기 때문에 다른 품목 재배지보다 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 인력수급이 절실하다. 그런데 내국인은 물론이고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인력풀도 지원되지 않아 산지에서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못하겠다 하면 군, 면이 나서서 합법적인 외국인노동자를 운영·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아니면 작업할 때만이라도 단속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단속에 이마저도 부족해 작업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최성권 (사)한국농업유통법인강원연합회 사무국장은 “인력이 없어서 보통 하루 일당으로 한 명당 14만 원 정도 들어간다. 서울 일용직 근로자들의 2배에 달하는 작업비다. 그런데도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최 사무국장은 또 “최근 4~5년 전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결국 지금의 수급불안을 가져왔다. 합법적인 작업인력 공급과 재해보장 등의 복지 지원, 지역별로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사지가 심해 작업조건이 좋지 않은 고랭지의 경우는 인력조달이 더욱 시급하다. 8~10월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될 때 단속이 나오면 속수무책이다. 배추 수확 기술이 있는 노동자들이 모두 떠나버리면 어쩔 수 없이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하게 되는데, 이 때 수확한 배추는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

작업이 서툰 일용직 근로자들이 수확한 배추는 중도매인이 요구하는 만큼 품질을 만족시키지 못해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경매가격이 많게는 망 당 2,000원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장의 그런 여건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으로는 제보가 들어온 것을 등한시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수확시기에 일부러 단속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명배 가락시장 도매법인 대아청과(주) 과장은 “가끔 이 같은 이유로 도매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이는 농촌의 인력구조 문제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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