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막힌 우리밀 활성화 정책 “소비를 책임져라”
출구 막힌 우리밀 활성화 정책 “소비를 책임져라”
  • 원재정 기자
  • 승인 2012.05.07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산은 급증세 소비는 제자리… 정부, 수입밀 vs 우리밀 가격차 직접 보조엔 난색

 정부가 ‘2015년 밀 자급률 10% 달성’ 목표를 발표하자 20여년 우리밀살리기운동도 탄력을 받았다. 생산량과 소비량도 늘어 우리밀 산업 전체가 성장세를 보이자 기업도 관심을 보였다.

국산밀산업협회가 설립되고, 올해부터 우리밀자조금도 신설됐다. 하지만 생산과 저장·유통 중심의 기반 중심의 지원정책과 홍보 강화에 초점을 맞춘 소비대책이 균형을 잃고 주춤거리고 있다. 우리밀 업계에서는 현 수준의 정책으로는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자급률 10%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계획과 현실은 어떤지, 또 당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정부 “2015년 우리밀 자급률 10% 달성하겠다”

정부의 의욕, 생산자의 밀재배 동기 유발

2011년 5월, 농림수산식품부는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 잡곡 등 주요곡물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10.6% 선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2015년까지 14.3%를 4%포인트 높이고, 생산량도 현재 51만톤에서 70만톤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당시 대책은 쌀의 구조적 과잉을 완화하고 소비자가 웰빙·건강식품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주요곡물의 자급기반을 확충해 수입의존을 낮추자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국내 소비량이 쌀 다음으로 많은 ‘밀’의 자급률은 1.7% 대에서 1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2017년 목표연도를 2년이나 앞당길 만큼 정부 의지 또한 확고했다.

이같은 발표에 대해 국산밀산업협회 이정찬 이사장은 “국제 곡물가가 뛰는 상황에 수입밀과의 가격차이도 좁혀지고, 국내 소비가 1만톤을 넘어”섰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며 정부가 2015년 자급률 10%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밀 소비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재배 면적도 급상승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해 발표한 ‘밀산업 현황과 발전방안’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밀 재배면적은 1만2천ha, 생산량은 3만5천톤, 생산액은 280억원으로 농림업 총생산액 43조원의 0.7%, 생산농가는 7천호에 달한다.

생산량만 비교해 보면 2009년 1만8천7백톤에서 2010년 3만5천톤으로 187%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4만4천톤까지 집계됐다. 정부가 우리밀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활기를 띄자 생산자들의 재배의향이 높아지고 한편으로 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부, 어떤 계획 세웠나?

정부는 우리밀 자급률 10% 목표를 위해 크게 생산, 유통, 소비 분야의 계획을 세웠다. 기초가 되는 생산기반 구축을 위해 용도별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을 하고, 생산지 규모화, 산물처리로 품질 향상 등을 내세웠다.

특히 자가채종 중심의 밀 종자를 2015년까지 전체 밀 소요량의 35% 수준을 정부 보급종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2010년 기준 보급종 공급률은 7% 수준.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농가 자가채종은 발아율이 떨어지고 순도가 낮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밀 자급률 목표에 따라 보급종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금강밀’ 보급을 시작한 종자원은 지난해에는 전남북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금강밀’과 경남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조경밀’ 2종류를 보급했다. 올해는 1종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정부의 보급종 추진 계획에 따르면 2015년에는 10종을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해까지 밀 보급종 실적은 낙제점이다. 유통분야는 건조·저장시설 지원, 국산밀 수매자금 확대가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건조저장시설의 자부담 비율이 60%에서 40%로 낮아졌다.

정부는 밀 건조·저장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으로 2015년까지 예상 생산량 19만5천톤의 33% 수준까지 저장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11년 4개소의 시설을 2013년 21개, 2015년 46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또 생산자 단체가 계약재배 한 밀을 매입하거나 수요업체 즉 국산밀 가공업체가 원료곡을 매입할 경우 밀 수매자금을 융자지원한다.

지원규모는 2010년 209억원에서 2011년 235억원, 2013년 268억원, 2015년 3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지원형태는 3~4% 금리로 100% 융자이며 기간은 1년이다.

한편 정부는 우리 밀 산업을 이끌어나갈 생산자 주체로 생산·가공·유통업체가 참여하는 ‘(사) 국산밀산업협회’를 지난 2010년 5월 설립하기도 했다. 협회는 수급조절과 소비촉진 홍보, 연구개발 등 산업 안정화와 밀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산밀산업협회는 농식품부에 등록된 밀 대표단체이기 때문에 통상 3년간 자금이 지원된다. 이에 따라 설립년도인 2010년 1억5천6백만원의 지원됐고 2011년에는 R&D와 소비촉진 홍보 사업 등이 확대돼 2억4천5백만원, 올해는 7천만원으로 지원이 종료될 예정이다.

소비분야 정부 계획은 우리밀 홍보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산업과 김성 사무관은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며 또 “우리밀을 구입하고 싶어도 쉽게 구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 점을 들어 “우리밀 제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홍보 강화 등의 목적으로 올해부터 ‘우리밀 자조금제’가 신규 도입됐다. 올해 우리밀 자조금 신규 조성액은 총 2억3천2백만원으로 이 중 50%인 1억1천6백만원이 국고에서 지원되고 생산자 대표 등이 50% 부담한다.

꽉 막힌 소비대책부터 풀어야

정부의 밀 자급률 10% 설정은 업계 안팎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남은 목표연도 2015년에 국민에게 선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큰 오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은 바로 수입밀과의 가격차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겠다는 정책이 없다는 것.

정부의 밀 자급률 증진 계획에는 생산과 유통 등 기반중심인데 속도 빠른 소비대책이 동반돼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물론 정부도 수입밀과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김성 사무관은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비 절감이 필요하다”며 안전한 종자보급, 재배 규모화 등을 들었다.

특히 김 사무관은 밀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경관보전직불금’ 등이 지원돼 가격 경쟁력 확보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관보전직불금이란 소득작물이 아닌 말 그대로 경관작물을 재배한 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한 국가 보조금이다.

밀 등은 ‘준경관보전작물’로 분류돼 2011년까지 2ha 이상 재배하는 밀농가는 ha당 1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올해는 10ha로 보조금 지급 기준이 강화돼 경남 합천과 같은 밀 주산지의 농가들은 대부분 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관보전직불금 지원과 관련해 담당부서인 지역개발과 관계자는 “사업목적에 맞는 보조금 지원을 위해 준경관작물에 대한 기준은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10ha 이상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에서조차 경관직불금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하다. 따라서 수입밀과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정부가 내세우는 ‘경관보전직불금’ 수령은 일 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밀 업계에서는 “가격차를 줄여야 소비가 촉진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송동흠 사무국장은 “자급률은 소비량에 대한 생산량 비율을 말한다. 그렇다면 자급률 향상을 위한 계획에 생산과 소비 양측이 함께 고민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 자급률 계획에는 소비문제가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송 사무국장은 “우리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다 싼값에 우리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가격차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농식품부 김성 사무관은 “밀 한 품목에 대해 가격 보전을 직접하라는 것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사무관은 “간접지원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견인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보조금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해 간접지원과 성장을 위한 컨트롤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간접지원으로는 3년 앞으로 다가온 자급률 10%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밀 자급률 10% 목표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사실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느날 눈 떠보니 유명해졌다는 연예인들의 말처럼, 갑자기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한 정부가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싹이 안 나는 밀 보급종?

2년째 종자 공급 차질… 정부 35% 공급계획도 불투명

정부는 2015년까지 현재 2종의 밀 보급종을 10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보급하고 있는 밀 종자조차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해 2월 국립 종자원과 농협에서 공급한 밀 보급종에서 싹이 나지 않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종자원과 농협측은 씨앗 보관 과정에서 수분과 온도 조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2010년 10월에 공급한 분량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에도 되풀이 됐다. 2011년 10월에 경남의 우리밀 주 생산지인 합천 농민들은 밀 보급종을 한 톨도 심지 못했다. 2일 국립종자원 경남지원 관계자는 “2010년에는 농가에 공급한 밀 보급종이 싹이 나지 않았던 상황이고, 지난해에는 계약재배한 밀을 발아시험을 한 결과 발아율이 너무 낮아 아예 공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밀 보급종의 공급 차질은 경남 뿐 아니라 전남 등 밀 주산지 대부분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년 째 발아율이 낮은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올해 상황도 확신을 못하고 있는 이 관계자에게 “정부 밀 보급종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쉬운 일은 아니다”라는 막연한 답변만 되풀이 될 뿐이었다.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밀연구실 현종내 실장은 밀 발아율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재배과정, 건조과정, 저장과정의 3가지를 꼽았다. 특히 보리·볍씨와 달리 껍질이 없는 밀은 건조과정에 수분관리에 매우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며 밀 수확기인 6월은 습도가 높아 저장기술도 주요한 조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2년 연속 밀 보급종 실적이 낙제점을 받은 가운데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을 종합해 밀의 건조·저장 등의 처리기술이 아직 미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밀 보급종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원재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