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물산기업의 ‘허위매출’…영업소장들 파탄나

영업소에 농기계 강제로 떠안겨 빚쟁이 만들어

  • 입력 2012.04.23 09:31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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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들이 지난 2010년 동양물산기업(주)가 출시한 트랙터 TX803 모델에 하자가 많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생산한 동양물산기업이 과도한 강제매출과 허위매출로 인해 동양 영업소를 운영했던 소장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평택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최영화 씨가 트랙터를 동양물산기업에 반납하기 위해 화물차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한국농정신문 자료사진>

계약당시 확보한 담보 처분해 본사이익 챙겨가

대리점 모르게 잡히는 매출은 일상다반사

동양물산기업(주)의 과도한 ‘강제매출’과 ‘허위매출’로 오랫동안 영업활동을 해온 지역 영업소 소장들이 부도에 이르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동양물산기업(주) 지역 영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앞에서는 영업소들이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빚만 늘어나고 있다”며 “이른바 ‘강제매출’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호소했다.

과거 동양 영업소를 운영했던 A씨는 “지점에서는 지역 영업소 사장의 허락도 없이 영업이익을 위해 ‘강제매출’, ‘허위매출’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농기계를 공급하지도 않고 매출을 잡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영업소의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실제 농기계가 오고 가야 매출, 매입이 발생하는데 동양은 그렇지 않다”라며 “회계사무소 측에서도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의아해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동양물산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믿고 현장에서는 일을 해 왔는데, 고리대금 사채업자 방식으로 담보와 보증인을 세워놓고 일정정도 시간이 흐르게 방치한 뒤, 영업소가 망할 것 같으면 이를 회수해 간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나마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빚 갚고 다른 영업소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본사는 하나도 손해 볼게 없다. 영업소만 죽어나는 상황이다. 심지어 농기계 매출보다는 담보를 매각해서 얻은 이익으로 동양물산기업을 운영한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경기도 관내에서도 같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화성의 B씨는 동양물산기업(주)의 과도한 강제매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B씨는 동양물산의 허위매출에 대해 언급하며 “그렇게 서류상으로 농기계를 영업소 측에 떠넘기고 3개월 안에 기계 판매대금을 입금하지 못하면 이후부터는 기계 값의 18%를 연체이자명목으로 적용한다. 지역 영업소 소장 회의가 있는데 그 회의에 참석하면 지점 직원이 와서 농기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폭로했다. 이 외에도 B씨는 “경기도에서 동양농기계 영업소를 운영해서 잘된 곳이 없다. 동양물산기업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어 영업소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김포의 C씨도 10년 넘게 동양농기계 영업소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동양물산기업(주)를 신뢰하고 잘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동양물산기업(주)의 강제매출, 허위매출 행태로 5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동양농기계 영업소를 접었다. 2006년~2007년, 2년 동안 동양물산기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다가 결국 그는 5억5천여만원을 동양물산기업(주)측에 변상해야만 했다. 그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계획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양물산이 전수배 처리를 빨리빨리 안해줬다. 나한테 잡혀있었던 기계가 다른 영업소에도 잡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정리를 빨리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시간끌기가 일쑤였다. 그러면 양쪽 영업소 모두에서 이자가 붙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7년동안 동양농기계 영업소를 운영하다 다른 농기계 영업소로 전환한 D씨도 동양물산의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동양물산기업(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싼 기계를 영업소 측에 떠넘기는 일이 잦았다. 농민들에게 낮은 가격에 팔아야만 하는 영업소 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니까 경기 지역에 있는 영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농기계 회사로 갈아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양물산기업(주) 경기지점 관계자는 “이런 전화 받는 게 짜증난다. 허위·강제매출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일부 상식적이지 못한 대리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출이 잡히는 경우가 발생하면 난리가 날 텐데 거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 4월 현재 경기지역 동양농기계 영업소는 13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허위매출, 강제매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영업소 소장들은 현재까지 5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허위·강제매출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영업소 소장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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