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득나물과 종자전쟁

  • 입력 2012.04.16 10:22
  • 기자명 한도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술 궂은 봄바람이 농민들 가슴을 멍들게 하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봄날이 되었다. 들에는 아주머니들이 차를 끌고 와 아무데나 주차하고선 부지런히 나물을 캔다. 지천인 게 냉이, 민들레, 쑥들이다. 한참 나물을 뜯는 삼매경에 빠지면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구별도 안가는 법, 그래선지 텃밭까지 들어와 일부러 심어놓은 달래나 파드득나물도 모가지를 따간다. “아주머니 그러면 않되지요” 하곤 “그게 무슨 나물인지나 알고 뜯어요” 하면 좀 아는 사람은 “참나물 아니예요” 한다.

대부분은 모르지만 내 텃밭에 자라는 것은 참나물이 아니라 파드득나물이다. 참나물은 보기도 구하기도 쉽지 않다. 2001년인가 금강산에서 북녘 농근맹성원들과 만찬을 했다. 처음 먹어보는 북녘의 음식은 담백했다. 기름기가 없고 화학조미료가 배제된 탓이다. 그중에 미나리보다 잎이 큰 나물무침이 참나물이었다. 향기가 지극하길래 봉사원에게 물었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참나물 아닙네까” 하는 것이다. 난 그때 처음 참나물 맛을 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시장에 나온 참나물은 진짜 참나물이 아니라고 본다. 일설에 파드득나물을 일본인들이 가져가 순화시켜 재배를 하면서 참나물로 상품화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반 마트에서 파는 참나물이 된 것이다.

진짜 참나물은 아직 순화재배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도 하기 전에 우리는 중요한 우리의 토종종자와 유전자원을 모두 잃어 버렸다. 봄 화단을 장식하는 팬지꽃은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그렇게 아름다운 팬지꽃도 제비꽃이 아니면 교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원예시장에서 엄청난 수요를 가진 팬지꽃을 만드는데 제비꽃이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중요한 유전자원인가. 우리토종인 앉은뱅이밀을 기본으로 한 반왜성밀을 교잡하여 파키스탄과 멕시코에 식량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여 노벨평화상을 받은 보로그 박사의 일은 유명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백 수십만 종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보존 활용하고 있다. 후발국들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나고야 의정서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가와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유전자원은 농민들을 수탈할 뿐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비아캄페시나에서 종자를 농민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기 토종종자를 보존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또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토종종자지키기 사업을 하고 있다. 그것은 파종 때마다 비싼 종자를 사면서 느끼는 다국적 농식품복합체로부터 우리 삶을 송두리째 저당 잡히고 있다는 자괴감으로부터의 해방인 것이다. 우리가 늦기는 하였지만 지금이라도 토종종자의 보전과 활용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 파드득 나물을 참나물로 바꿔내는 얍삽함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원을 우리가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삶에서 식량해결, 생태환경의 보존을 위해서 더욱 그러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