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실험대상으로 전락한 농민들

동양트랙터 구입 2년 만에 반납나선 농민, 문제투성이 동양 TX-803모델

  • 입력 2012.04.16 09:18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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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화 씨가 지난 12일 전북 익산시 소재 동양물산기업(주) 마당에 화물차에 싣고 온 트랙터를 내리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 거주하는 최영화 씨는 지난 12일, 전북 익산시 소재 동양물산기업 본사로 향해 트랙터를 교체해 줄 것을 촉구했다. 잦은 고장으로 농작업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 씨는 2010년 4월 동양물산기업이 새롭게 출고한 트랙터 본체를 5천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본체가격만 5천만원이 넘는 트랙터를 구입한 최 씨는 농사를 더욱 열심히 지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2010년 4월에 구입한 트랙터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잦은 고장으로 동양농기계 대리점으로 끌고 가기 일쑤였고 대리점에서도 해결하지 못해 경기지사로 가지고 가 수리를 하기도 했다.

평택에서 동양농기계 대리점을 운영하며 최 씨에게 트랙터를 판매했던 라 모 씨는 “당시 판매한 트랙터는 새로 출시된 농기계였다. 밋션에 문제가 있어서 대리점에서 수리를 해봤지만 안돼서 공장(경기지사)으로 가지고 가서 고쳤다”라며 “크게 수리를 한건 2번 정도 된다”고 기억했다. 최 씨는 “지난 2년 동안 트랙터에 들어간 돈이 도대체 얼만지 모르겠다”며 “잦은 고장으로 짜증이 나서 미치겠다”라고 말했다. 최 씨가 트랙터를 사용한 총 시간은 고작 200시간 남짓 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농기계 대리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진 모 씨는 “트랙터는 보통 1년에 200시간 정도 타는데, 2년에 200시간이면 얼마 타지도 않아 거의 새거나 다름없다”라며 “그 정도로 고장이 자주나면 문제가 있는 기계다”라고 단언했다.

논농사를 짓는 최 씨는 논을 갈기 위해 올해 4월 초 트랙터를 끌고 논으로 향했다. 하지만 최 씨는 트랙터 전체의 전기를 공급·제어하는 전기컨트롤 박스를 교체해야만 했다. 그는 “한 두푼도 아니고 20여만원짜리 컨트롤 박스가 고장 나서 교체했다”라며 “대체 이렇게 고장 나서 수리한 게 몇 번째인지 이럴 바에야 차라리 새 트랙터로 교체하고 말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2010년에 밋션을 고쳐서 잘 사용하나 했는데 최근에 또 문제가 생겨 기름이 줄줄 새서 역류해 운전석 밑으로 흐르고 있다”며 트랙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씨는 이 트랙터를 몰고 논을 갈러 가다가 사고를 당할 뻔한 경험을 기억했다. “보통 트랙터는 운행중에도 기어 변속이 가능한데, 이 트랙터는 기어를 바꾸려면 정지해야 한다”며 “그래서 뒤에 오는 차와 사고가 날 뻔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최 씨의 지인은 “기어를 바꾸려면 멈춰야 하는 트랙터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느냐”라며 의아해했다.

최 씨는 “TX-803 모델이 자주 고장이 나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농사철도 시작돼 모판도 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트랙터가 국산화되고 처음 생산된 기종으로 알고 있다. 동양농기계가 밋션을 국산화 하고 처음으로 생산한 모델인데 이런 문제가 나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의 다른 농민도 같은 기종의 트랙터를 구입했는데 밋션이 문제가 돼서 최근에 수리했다”라고 강조했다.같은 지역의 또 다른 농민은 “트랙터가 웬만해선 고장이 잘 안나는데 이렇게 수리를 많이 한 트랙터는 처음 본다”며 “다른 업체에서 생산된 트랙터는 10년 이상 됐어도 큰 고장 없이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기계 대리점 관계자는 “(동양농기계)신제품이 개발되어 출시되다 보니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 다른 농기계 대리점 관계자는 “TX-803 모델은 출시 초기에 평가가 별로 좋지 못했다. 마력수에 비해 덩치도 작을뿐더러 힘도 부족했다. 이 지역에서도 A/S를 자주하고 잔 고장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기계 회사에서 농기계를 생산하면 충분한 시험을 거쳐 출고해야 하는데 적당한 기준만 통과하면 시장에 내 놓는다. 그렇다 보니 현장 농민들이 농기계를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해서 다시 출고 하는 꼴”이라며 “농민들이 실험대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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