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현실 외면하는 ‘중장기 농정과제 세미나’

토론자 무분별한 발언 난무

  • 입력 2012.04.02 10:1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업·농촌의 중장기 변화에 대한 정책 과제를 논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세미나에서 농촌현실을 외면한 발언이 난무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이동필)은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농업·농촌의 중장기 변화 전망과 정책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향후 농업·농촌의 변화를 전망해 보면서 농업정책의 방향을 세우고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자리로 한미FTA가 발효되고, 한중FTA 논의가 시작되는 등 불안한 농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농경연 연구위원들은 2020년 농가인구가 현재의 70% 수준인 220만명으로 감소하고, 농업총생산액은 완만하게 증가해 2022년 47조원으로 예측했으나 생산비 증가로 부가가치는 현재보다 감소한 22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호당 농업소득은 2022년 955만원으로 감소가 예상되나 농외소득 증가로 농가소득은 4,2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농업·농촌 투융자계획이 종료되는 2013년 이후 중장기 발전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향후 5년간 성장과 안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농업을 이어갈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 등 위기감이 팽배한 현재의 농촌현실에 비해 교과서적인 틀에 박힌 대안들만 나열됐다는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이어진 토론시간에는 무분별한 발언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종합 토론은 서종혁 한경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10명의 농식품부, 학계, 농민단체, 언론인들이 함께 했다. 그러나 농업을 보는 천차만별의 시각차는 그렇다 하더라도 농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 난무해 국책연구기관의 세미나의 격을 무너뜨렸다.

특히 배종하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은 “농촌문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며 “첫째 개방이 위험요인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80년대 후반부터 개방이 돼 이미 개방은 체화됐는데 여전히 개방이 위해요소라고 말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배 총장은 한미FTA를 들어 “축산업이 가장 피해가 크다고 하는데 강연 등을 통해 만난 농민들한테 구체적인 피해가 뭐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 못 한다”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15년간 점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고 한우와의 소비시장은 별개”이므로 개방에 따른 피해는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또 배 총장은 “국토의 3분의 2가 산인 좁은 나라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모두 이를 높이겠다고 말한다”면서 쌀생산에 정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토지사용 농업은 안 된다고 본다”고 토지를 보는 시각을 달리하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발언이 끝나자 좌장인 서종혁 교수는 “논쟁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개방이 큰 변수가 아니다, 농지문제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농업문제를 보는 시각차가 크다는 말로 수습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한 토론자는 “당황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농업과 농민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위험한 수준”이라며 “농업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얘기하는 자리에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으로서 후계인력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분야의 주문을 못할망정…여러차례 토론회 갔지만 주제에 맞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은 발언을 한 오늘과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원재정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