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 입력 2012.03.26 09:5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17일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의 한 40대 농민이 또 농약을 마시고 이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두 자녀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하직한 것이다. 그 농민은 자기 땅 없이 1만여 평의 논을 임차하여 수년간 벼농사를 주로 지었고 자식들 교육시키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 온 농민이다. 지난해 임차한 논에다가 감자를 심은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의 일환으로 논에 벼대신 타작목을 심을 경우 1평당 1천원을 보조한다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농민은 돈이 되지 않는 쌀농사 대신 감자를 심었다가 날씨 때문에 작황이 안 좋아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결국 종자값도 못 건지고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말았다. 그래도 한해 더 해보고자 하여 지난해 가을에 감자대신 양파를 심었는데 정부는 한심하기 짝이 없게도 금년에 갑자기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을 1년만에 중단해 버렸다. 그나마 평당 1천원의 보조가 없어지게 되었고 이제 막 10센티미터 정도 자란 양파가 6월 수확기에 가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건비도 못 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극도에 달하였을 것이 뻔하다.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관세까지 없애면서 수입을 독려하는 현 정부의 가격정책 아래서 분노와 배신감은 끝내 또 한명의 너무나 귀중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러한 농민들의 자살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매년 1천여명 이상의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3월 15일 한미FTA를 발효하면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배려나 염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술 더 떠서 농식품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정부의 이 파렴치한 작태가 분노를 넘어 농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삼겹살, 배추, 고추, 양파, 심지어 쌀 가격이 모처럼 오르기라도 하면 고추국장이니 배추국장이니 하는 것을 만들어 가격인하에 혈안이 되어 있는 꼴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자괴감과 상실감 또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인간의 목숨은 귀한 것이어서 절대 자살은 안 될 일이지만 농민들이 오죽하면 생명을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라도 농민의 자살은 막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살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농민의 삶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농민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