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아이들의 건강한 자람터가 필요하다

  • 입력 2012.02.27 11:15
  • 기자명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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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둘째 주부터 시작된 각 학교의 졸업식이 일단락 됐다. 2월에 열리는 졸업식의 마무리는 아마도 보육시설의 졸업식인 듯하다. 부모들의 일정상 편의와 어린이집 새 학기 준비 등을 고려해 졸업식을 최대한 늦춘다고 해서 잡은 날이 오늘이다. 엄마가 농사짓느라 일찍부터 어린이집을 다닌 친구들이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고 답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또 태풍에 다 쓰러진 벼를 낫으로 베어야 하는데 아이 맡길 때가 없어 과자 몇 봉지 옆에 놓고 아이를 논 옆의 트럭 속에 둔 채 일하곤 했던 생각이 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0년 농어촌지역의 5세 미만 미취학 어린이 수가 45만 5천명으로 전국 264만 2천명 중 17.2%라고 한다. 인구 밀집지역인 도시에 비해 농촌은 넓게 퍼져 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 되었다 하고 농가인구 300만 선이 무너졌다고 하나 비율로 따지자면 전국 어린이들 대 여섯 명 가운데 한명은 농촌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1,416개의 읍면지역 가운데 보육시설이 없는 지역의 수가 426개나 된다고 한다. 네다섯 개 읍면 지역 가운데 하나는 보육시설이 없다는 것이지만 면지역만 따지고 보면 보육시설 없는 지역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여기서부터 농촌어린이들의 방치와 방치된 아이를 애타하며 일해야 하는 여성농민의 고충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보육시설 수가 적다보니 어떤 어린이들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논과 밭 옆에서 울면서 엄마를 기다려야 했고 어떤 어린이들은 긴 등원시간을 견디며 보육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넓은 지역에 산발적으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등원시키기 위해 먼 거리로 차를 운행해야 하고 험하고 위험한 도로가 많아 운행에 따르는 부담이 도시에 비해 크다. 먼 거리를 긴 시간동안 운행해도 어린이들이 부족해 반 별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오래된 건물도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가운데 보육교사들은 먼 출퇴근 거리 등 불편한 교통조건으로 농촌지역의 보육시설 근무를 꺼리고 있어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도시의 맞벌이 부부, 직장 보육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 왔다. 농어촌 지역은 인구수가 적고 보육 아동수가 적다는 이유로 보육정책의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동안 있었던 농촌지역의 보육지원정책은 어린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경우 보육비 일부를 그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제도와 농가보육비 지원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부모는 되도록 빨리 자녀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곳에서 보호받기를 원했고 농가의 보육비지원은 표준보육비의 70%에 그쳐 부모들 입장에서는 100% 적용이 되는 다른 보육비지원정책을 선택하면서 농민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농촌지역의 보육문제를 풀 수 있는 첫 단추는 사람 수에 대비해 지원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숫자놀음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농촌은 지역이 넓고 아이들 숫자는 적다. 이때문에 운영비가 많이 드는 큰 어린이집 보다는 작은 어린이집이 더 적합하다. 또 보육교사 수급을 위한 지원제도도 시급히 필요하다. 기존의 규모 중심의 지원제도 보다는 농촌 현실에 맞는 지원제도가 마련된다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여성농민들과 안전하게 보호받고 알차게 배우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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