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미FTA 폐기를 위한 특단의 카드는 4월 총선”

단체인터뷰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 입력 2012.02.27 09:46
  • 기자명 송영현·박중구·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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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21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농정신문 14차 기자학교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를 만나 총선과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요즘 근황은?
한미FTA범국본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민언련 공동대표로 조중동의 종편방송 중지와 미디어랩법 재개정과 수신료 인상저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총선과 관련해 총선유권자네트워크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하나 더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같이 맡고 있다.

집회와 회의가 다반사인데 개인 생활은 어떤가?
생활비는 상근비 일부와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 아무리 늦은 새벽이라도 잠은 집에서 자려고 노력한다. 한두 시간 잠을 자도 집에서 자야 피로가 풀리는 것 같고, 힘이 생긴다.(웃음)

故 정광훈의장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알고 있다.
’98년부터 정광훈 의장이 전농 의장일 때 함께 투쟁했다. 민중연대를 만들면서 정광훈 의장이 상임대표로 오면서 나는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진보연대가 만들어지면서 상임대표와 상임위원장을 했다. 작년에 돌아가셔서 내게 강력한 언덕이 무너졌다. 한국운동의 빛나는 별을 잃었다.

계속해서 한미FTA 발효가 연기되고 있다. 그 속내는 무엇인가?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작년 11월에 날치기를 하면서 올 1월에 발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계속 연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한국법에 대한 검토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일종의 숙제검사를 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적용될 한국법에 대한 분석과 자국 법에 대한 규정을 세밀히 검토하여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MB정부는 날치기 통과할 때 일괄처리식으로 통과시켜 놓고 한미FTA가 어떻게 미국 법에 적용되는지 알려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미국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다. 결국 국가간 조약인데 미국의 눈치만 보는 MB는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총선 전에 한미FTA가 발효 될 것으로 보는가?
MB의 지난 4년간의 행태를 보면 발효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힘을 키우고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야권연대를 통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반드시 몰아내고 진보정당에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

한미FTA 폐기가 총선의 핵심 화두로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노동자, 농민의 단결된 힘의 결과다. 작년 10월 국회 진입투쟁은 역사에 기록될 투쟁이다. 국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담을 넘은 사건이다. 이는 노동자, 농민 그리고 빈민의 조직된 투쟁이 없었더라면 만들어 내지 못 했을 것이다. 물대포를 맞아가며 서울에 노동자, 농민이 모인 투쟁을 계속 이어가면서 날치기가 통과된 이후 촛불문화제에 유모차부대가 다시 등장하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촛불을 들기 위해 모여들었다. 결국 판사들까지 한미FTA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인터넷을 한동안 뜨겁게 달구는 원인이 됐다. 노동자, 농민의 투쟁을 통해 한미FTA 무효 여론이 70%에 달하고 국민들이 한미FTA에 대해 바로 알기 위해 공부를 하고 무효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성과도 이뤄냈다고 본다.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승리를 이루자고 했는데, 농민운동의 역할은? 
중요한 질문이다. 이번 총선은 한미FTA 폐기냐 발효냐의 싸움이다. 한미FTA 폐기만 계속 주장하고 실질적인 공약이나 의제를 만들어 내지 못 한다면 우리 스스로 한미FTA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총선에서 농업의제를 핵심 화두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FTA 폐기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오는 25일이 MB 취임 4주년이다. 투쟁을 통한 여론을 조성하지 못하면 총선정국에서 한미FTA가 묻히고 다른 의제가 부각될 수도 있다. 25일 범국민대회 투쟁을 통해 민주통합당을 견인할 수 있는 민중진영의 힘을 과시하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도 심판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강력한 대중투쟁을 전개해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지난 4년간 노동자는 쌍용차,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등 당할만큼 당한 상황이라 힘을 모아내기가 녹록지 않고 농민은 농민 나름대로 투쟁의 피로도가 높아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한미FTA 폐기 정국을 조성한 소중한 성과가 있다. 이를 무기로 25일 범국민대회가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한미FTA 폐기 투쟁에서 민주통합당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이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민주통합당에서 폐기를 주장하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게 탓을 돌리고 야당과 진보진영의 분열을 노리고 있다. 한미FTA는 어느 정권의 문제가 아닌 폐기냐 발효냐의 문제다. 자꾸 탓만 한다면 분열되고 우리 힘이 약화된다.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반대하고 폐기를 말하면 서로 어깨 걸고 연대하여 투쟁해야 한다. 한미FTA 폐기 투쟁은 반 평화, 반 민생, 반 인권 정권인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척도이다. 그러기 위해서 범국민적 촛불을 다시 지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 한미FTA를 폐기시킬 가능성을 얼마로 보는가?
지금은 폐기를 주장하지만 화장실 들어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 과거에 민주당에게 한두 번 뒤통수 맞았나. 한-EU FTA도 발효 안 하겠다고 해 놓고 민중들의 뒤통수 친 거다. 우리가 민주통합당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진보세력의 힘을 키워야 한다. 민중들의 조직화된 투쟁과 단결 그리고 진보정당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민주통합당이 함부로 말 바꾸기를 하지 못 할 것이다. 당장 민중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통합당을 자극하고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의 힘을 키우기 위해 그 세력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MB정부는 한중FTA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농업분야를 보면 한미FTA보다 한중FTA가 더 중요하다. 총선에서 한미FTA와 더불어 핵심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 농민들이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여론 형성을 할 때 총선에서 승리하고 한미FTA도 폐기할 수 있다.

요즘 귀농을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텃밭을 일구어 재미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직접 농사를 지으라고 하면 힘들 것이다.(웃음) 농사는 나름 전문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빼놓고 귀농도 농업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전농은 분명 투쟁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기존 방식의 생산과 유통의 전면적인 변화 없이는 농사는 계속 힘든 직업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전농이 친환경무상급식과 같은 경제사업을 적극 펼쳐야한다. 대기업과 자본이 친환경무상급식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을 할 땐 하더라도 소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농사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본다.

또한, 다양한 생산자조합을 만들어내고 유통까지도 주동적으로 참여하면서 농협을 견제하고 개혁하는 전망까지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는 지난 해 10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미FTA 국회비준 반대 단식을 시작하고,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한미FTA 반대 분위기가 기적 같은 시민들의 힘을 모은 상황을 설명하다 그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한미FTA 폐기는 자포자기가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을 무렵 속보가 전달됐다. 오는 3월 15일 0시를 기해 한미FTA가 발효된다는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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