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도 꼼수인가

  • 입력 2012.02.20 14:17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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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아니 결국 5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이제 저물어 가고 있는 MB정부는 한마디로 꼼수의 연속이었음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앞에서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꼼수였음을 국민들은 국정 전반에걸쳐 알게 됐다.

서민들을 위한다고 앞에서 말은 잘도 하지만 결국은 1% 부자들과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꼼수가 그렇고, 녹색성장을 국정 목표로 그럴듯하게 설정해 놓았지만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온통 아름다운 산하를 파 뒤집어 자연과 환경을 훼손함은 물론 후대에까지 할 말이 없게 만들어 놓았다. ‘나는 꼼수다’가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을 받은 것이 그 반증이요, 집권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현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 또한 그 반증이다.

농업부문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는 농업·농민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음을 우리는 지난 4년여 동안 수 없이 목도했다. 미국에 잘 보이려고 검역주권까지 내어 주는 쇠고기협상을 하면서도 잘한 협상이라고 우기는 꼼수를 쓰다가 촛불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수출농업, 해외농업개발, 기업농, FTA 대책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입한다고 얘기하며 농업·농민을 대단히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농민을 죽이는 정책, 농업·농촌을 말살하는 꼼수정책으로 일관했다. 겉으로는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농협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결국은 농협중앙회의 배만 불려주는 꼼수였음이 드러나고 있고, 식품산업을 육성한다고 해 농림수산식품부로 이름을 바꾸고 국내농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처럼 포장했으나 이 또한 국내농업발전이나 농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외국농산물 수입을 조장하는 반농업적 꼼수정책에 다름 아니다.

최근에는 한중FTA 카드를 들고 나와 또 하나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중FTA 추진 과정이 왜 꼼수로 보이는지 몇 장면만 살펴보자. 첫 번째 꼼수는 농업부문의 피해가 천문학적임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농업부문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반발을 인정하는 듯 한 꼼수이다. 위하는 척 하면서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가 숨어있다. 최근 몇 번의 한중FTA 전문가 간담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보면서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한미FTA, 한EU FTA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론자인 필자를 한번도 부르지 않았던 곳에서 토론자로 부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도 외면하던 기관이나 단체들이 반대론자로 이미 알려져 있는 필자를 왜 부를까 하는 점이 의아했다. 그럼에도 참석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반대론자들을 활용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외교부나 지식경제부에서 나온 고위관료들은 한중FTA의 효과를 침이 마르도록 설파하는데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나온 고위 관료는 한중FTA의 농업부문 문제점을 내놓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했고, 정부출연기관에서 나온 연구원도 추진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수많은 FTA 추진과정에서 이렇게 정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나온 인사들이 부처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그 또한 의아했는데 이 또한 꼼수로 여겨진다. 겉으로는 농업계의 반대를 인정하는 듯 하면서 결국은 밀어붙이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

두 번째 꼼수는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하나도 없음을 덮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 한중FTA를 추진할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발언한 이후 한중FTA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일체 발표하지 않고 있는 꼼수이다. 그것은 아마도 실제로 돌려봤더니 숫자로도 플러스 효과가 없었고 농업부문과 중소기업부문의 부정적 효과는 가히 충격적이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경제적 효과를 숫자로 제시하지 않는 꼼수를 쓰고 있다.

세 번째 꼼수는 이 정부의 외교적 편향과 무능한 외교의 결과를 숨기기 위한 꼼수이다. 이 정부는 처음부터 미국 일변도의 친미 외교를 추진해 왔다. 60년대식 미국 바라보기 외교정책을 근간으로 하다 보니 주변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악화되었고 중국정부나 일본정부와의 외교적 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태에 있다. 이러한 외교적 진퇴양란의 문제를 한중FTA를 통해 풀어 보려는 것인데 이는 숨기고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추진하는 것처럼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겉과 속이 다른 비열한 꼼수로 일관하는 이 정부야 말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부이다. 어디에도 농민과 국민,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위한 진정성과 애정이 없다. 차라리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꼼수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정책을 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않겠는가. 이 정부는 이 간단한 진리를 모르고 있다. 세월이 빨리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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