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농민에 대한 정책전환이 시급하다

  • 입력 2012.02.13 13:56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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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총선을 겨냥한 후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아직 공약까지 제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보들의 정책의 면면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농어민 유권자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니 농민을 대변할 후보가 적어질까 걱정부터 앞선다.

특히 농산물가격 등 일반화된 문제에 대해서는 구호적인 수준이라도 정책에 포함시킬지 모르지만 삶이 무너진 농촌고령노인들에 대한 관심은 아예 논외일지도 모른다. 선거후보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농촌마을을 찾아가보고 농촌관련 정책에 어떤면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지를 눈을 크게 뜨고 볼 것을.

농촌마다 마을회관이 있다. 마을회관에는 독거노인들 특히 여성노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농촌지역 고령인구의 70% 정도가 여성이고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 기름값이 올라 혼자 사는 농촌의 노인들은 보일러를 틀지 않는 사람이 많다. 집에서는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잠을 청한다. 온기가 없는 집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더욱 더 적막한 외로움을 가져다준다.

농촌 마을회관의 노인들을 위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약간의 쌀과 운영비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기거하는 노인들을 위한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어떤 마을은 아예 혼자 사는 동네 노인분들이 겨울동안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농업정책에서 농촌의 노인들은 없는 존재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농업정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은퇴농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 노인들의 노동력이 없다면 농업은 유지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65세 미만 주민이 없는 마을도 부지기수 이고 보면 정부의 이런 정책이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할 수 밖에. 농촌 고령노인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의 ‘2010년 농림어업총조사 자료’를 보면 농산물 판매소득이 전혀 없는 농가가 38%이고 70세 이상 농가의 80.9%가 판매액 1천만원 미만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갈수록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공공요금 비용은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 등은 증가하고 있는 농가의 현실에서 농어촌 고령노인, 특히 여성노인에 대한 근본적 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농촌노인들에 대한 지원은 사회보장의 강화와 더불어 여성노인 소득창출을 위한 적절한 일감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본의 고령자들이 참여하는 ‘나뭇잎 기업-이도도리’ 사업단의 경우 지자체에서 고령노인들의 소득활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대표적 사례이다. 노인들이 연 4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발전하였고 마을인근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를 활용해서 제품을 만들어 노인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또한 경남 고령의 개실마을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한과체험‘ 등을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민의 고령화·노령화는 90년 이후 고착화된 현실이다. 정책이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들 농촌 노인들, 특히 여성노인들이 복지서비스의 대상으로 취급될 것이 아니라 소득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을 활기차고 보람 있게,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지낼 수 있도록 정부는 농어촌고령노인 삶의질 향상을 위한 특별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마을기업 등 다양한 공동체 강화사업 중 농촌고령노인을 위한 모형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농촌노인에 대한 복지 역시 개별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마을단위 복지공동체의 조성을 통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겨울철에는 마을회관을 공동주거를 위한 지원공간으로, 여름철에는 공동노동을 지원하는(농번기 공동식사 지원) 공간으로 활용하고 인근에 농촌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마을기업을 만드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농촌노인 지원대책을 위한 모형개발 및 지원대상, 지원내용 등에 대한 정책적 전환모색이 필요하다. 농촌마을을 단순히 체험을 통한 소득향상 등의 상품화 개발이 아니라 농어촌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을공간의 조성 및 운영, 소득원의 개발, 공동체 지원 복지의 강화 등 적극적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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