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또 다시 졸속 강행인가

  • 입력 2012.02.06 15:5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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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3월부터 기어이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로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주회사 중심으로 기업화하는 것은 농협의 협동조합적 성격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농협중앙회는 명목상으로 협동조합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적 경영에 치중해 왔으며, 이 때문에 농민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우선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래서 농민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연합회 방식의 구조로 개혁하는 것이 신경분리의 핵심이다.

만약 농협중앙회가 선진국의 협동조합과 같이 연합회 구조를 갖고 있고, 계약재배나 계약생산을 통해 생산을 조정하고 출하량과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가격안정과 소득안정을 위한 장치를 갖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최근의 소값 폭락 사태나 2009-2010년의 쌀값 폭락 및 2010년 채소값 폭등 등과 같은 가격파동을 방지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농민과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경분리와 같이 농협의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위와 같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MB정부가 지금 강행하고 있는 신경분리는 이러한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 무늬만 신경분리일 뿐 알맹이는 여전히 농협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구조이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협동조합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공성조차 버리고 자신의 이익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으로서 변모해 나갈 것이다.

심지어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국내 재벌이나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3월로 예정된 신경분리를 준비하는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자본금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이며, 농민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불을 보듯 뻔하게 경제사업의 부실화가 예견되는 졸속 추진인 것이다.

그래서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강행하는 것 보다는 내실있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합리적인 주장이 농협중앙회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제시되었다. 신경분리를 해야 할 시점이 절대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부실이 우려되는 졸속 강행 보다는 내실있는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충분히 예견되는 부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합리적인 판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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