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규격화된 음식 좋다는 인식 바꿔야”

김은진 교수, 우리식탁 75% 가공식품으로 점령돼
전여농 ‘토종씨앗지키기․언니네텃밭’으로 식량주권 알려내

  • 입력 2012.01.30 17:17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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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과 소비자가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박점옥)은 지난 29일 강원도 횡성 밤두둑체험마을에서 ‘여성농민이 들려주는 먹을거리 이야기’라는 주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서울 시민들은 여성농민들이 준비한 팥과 비누를 이용해 ‘팥비누’를 만드는 체험을 했으며 먹을거리에 관한 강좌를 듣기도 했다. 이날 첫 번째 강좌를 맡은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걱정없이 먹자! 우리나라의 먹거리 이야기’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먹을거리 변천사에 대해 설명한 뒤 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 팥 비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어린이들

그는 “80~90년대 넘어가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농산물수입자유화에 따라 냉동식품과 식용유에 대한 소비가 증가했다. 이 식품들의 원료는 수입된 농수축산물을 원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냉동식품에서 재미를 본 기업들은 김치와 장류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순간 (우리 국민들은)김치와 장류를 사서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며 “이 다음에는 국, 찌개류, 밥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을 기업들이 만들어버려서 (우리 식탁이 기업에)종속 되어 버렸다”고 우려했다.

또 (기업들이)유통기한을 길게 하기 위해 방부제, 산화방지제를 만들어 사용하게 됐고 ‘방부제’라는 단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일자 ‘비타민C’라고 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타민C는 화학작용을 거쳐 만들어져서 식품에 첨가된다”고 덧붙였다.

▲ 김은진 원광대 교수의 강좌 시작.

그는 바나나 맛과 향이 나는 우유를 예로 들며 “모양과 색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식품첨가제를 사용했다. 향(코를 유혹하기 위해)을 내게 하기 위해서 화학작용으로 제조한 향을 만들어서 넣게 됐다. 헤이즐넛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공식품이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시중에 나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가공식품에 우리는 75% 정도 의존하고 있다”며 “가공식품에 의존하면 할수록 식량자급률 떨어뜨리고 몸을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 팥비누를 조형틀에 부어 넣고 있는 여성참가자의 모습.

따라서 그는 “표준화, 규격화가 된 음식이 좋은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짠 김치, 장류, 젓갈, 장아찌 등과 같은 발효식품을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이는 교묘한 꼼수”라며 “암에 걸리는 것은 나트륨을 섭취하는 양에 따른 것이지 짜게 먹어서 걸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은 짜게 먹으면 당연히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물을 찾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트륨 과잉섭취 원인은 전통발효식품이 아니라 가공식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원료농산물로 밥상을 차릴 것 ▷먹는 방법을 바꿀 것(껍질이 있는 과일은 껍질 째 먹을 것, 잡곡은 싹을 틔워서 먹을 것, 발효식품을 먹을 것)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강의에서 선애진 홍천여성농민 생산자공동체 단장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여성농민’이라는 발표를 통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박점옥)이 벌이고 있는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 남성참가자들도 팥비누를 만들고 있다.

그는 전여농은 ‘토종씨앗 지키기 사업’을 통해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산수단인 종자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뒤, 언니네텃밭 사업을 하면서 식량주권을 대중적으로 알려내고 있으며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꾸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여농에 따르면 2012년 1월 현재 전국 12개의 생산자 공동체에서 1천150여명의 도시 소비자들이 제철채소 꾸러미를 받아먹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한 개 군에서 2개의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선애진 단장은 언니네텃밭 제철채소 꾸러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전통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했다며 “관계가 살아있는 전통 먹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식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황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서울 시민들은 우리가 늘 먹는 먹을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지난 29일 강원도 횡성 밤두둑체험마을에서 ‘여성농민이 들려주는 먹을거리 이야기’라는 주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행사를 열고있다.

 

▲ 팥비누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참가자들

 

 

▲ 김은진 원광대 교수(우측)도 함께 팥비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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