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쇠고기‘세이프가드’ 발동해 공급줄여야

한우 농민이 말하는 한우정책
[특별기고]전기환 춘천농민한우 대표

  • 입력 2012.01.16 09:30
  • 기자명 전기환 춘천농민한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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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분주하게 소 사료를 주고 며칠 전에 낳은 송아지 두 마리 상태를 점검하고, 분만 예정일이 지난 암소상태를 점검하고 10시가 다되어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 전기환 춘천농민한우 대표

요즘처럼 영화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면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혹여나 소가 탈은 나지는 않을까? 물이 얼지는 않았는지? 어린송아지들이 설사는 하지 않는지 몇 시간을 우사에서 소와 씨름하고 나면 온몸이 나른하고 맥이 빠지지만 커가는 소들을 보면서 팔아서 빚도 갚고 아이들 학비도 대는 재미로 평생을 소를 키우는 것이 농민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지난해 구제역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나 싶더니 연이어 한우가격 폭락으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습니다. 몇 년을 기른 소가 이익은커녕 생산비에도 못 미치니 말입니다. 전에는 조금만 버티면 되겠지? 하는 기대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더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기에 더욱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미국과의 소고기협상, 그리고 한EU FTA, 한미FTA로 이어지는 자본 중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농업재편의 결과이기에 그렇습니다. 극에 달한 농민들의 저항에 여기저기 콩 볶듯 야단법석을 떨지만 근본적인 대안에 대한 이야기 들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안은 자본으로부터 농업이 벗어나는 것인데 말입니다. 곡물자본, 유통자본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습니다.생산비를 절감하는 방안과 유통을 혁신시켜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안정화 시키는 일…,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한우문제를 잘못 진단하면 엉뚱한 대책이 나오고 맙니다. 바로 정부의 진단이 사육두수 증가와 소비감소, 소비자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면서 소비확대를 위한 군인 급식확대, 암소도축, 가격인하라는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사육두수가 300만두로 늘어났지만 소고기 자급률이 40%에도 못 미칩니다. 전체 소고기 소비량 점유율을 보면 국내 소 소비가 38%고 외국 소고기 소비량이 60%가 넘는 데도 사육두수 증가 운운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수입소고기와 가격 경쟁력이 되지 않습니다. 생산비는 따따블로 올랐는데 가격을 내리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농업문제가 생기는 근본원인이 농업을 국가가 관리하지 않고 시장에 내몰면서 생기는 문제인데 자꾸 농민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무능도 농업문제를 힘들게 하는 원인입니다.
1월 9일 발표한 정부의 한우 대책인 경산우 도태 정책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입니다. 경산우를 도태시키면 장려금을 준다고 하는데 출하가 몰리면 가격은 더욱 폭락하게 됩니다. 이를 ‘소값폭락대책’이라고 내놓았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공급을 줄이고 생산비 인하를 통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것. 이를 통한 소비확대는 경제의 기본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지 올바른 한우 대책입니다.
공급을 줄이는 방법은 바로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수입 소고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WTO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긴급수입제한(세이프 가드)을 발동해야합니다. 그리고 일정 정도의 소를 수매하여 격리시켜 시장 공급을 줄어야합니다.

그런 후에 장기적으로 한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생산비 인하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집행해야 합니다.
소 가격에서 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넘는 현실에서 생산비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사료비 인하가 우선돼야합니다.
사료원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사료값을 좌우하는 체계 속에서는 사료값 인하가 어렵다는 것은 수입곡물가의 폭등으로 사료값이 10년동안 곱절이 인상된 것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생산비 인하 방안은 조사료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지원을 확대해야합니다. 논의 이모작, 휴경지, 국공유지 하천을 활용하여 생산을 늘려 저렴하게 공급하면 국내사료 자급을 높여 생산비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가격도 인하되어 소비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농업은 더 이상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에너지, 물을 국가에서 관리하듯 식량도 국가관리를 할 때만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식량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한우파동을 계기로 식량을 국가가 관리하는 정책수립을 기대해 봅니다.
 글_ 전기환 춘천농민한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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