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가 태어나도 기뻐할 수 없다

이효신 전농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 입력 2012.01.16 08:49
  • 기자명 이효신 전농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 농사짓고 15년간 소를 키웠는데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집도 없고 땅 한 평 없이 시작한 농촌생활이기에 욕심내지 않고 내 능력에 맞게 벼농사를 지었다. 안정적인 농촌생활을 꿈꾸며 한푼, 두푼 모아 소를 한 마리씩 늘려왔다.

축사가 없어 쓰러져가는 빈 축사를 동네형님이 인심 좋게 사용을 허락했다. 비록 비도 들이치고 소밥도 제대로 주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토대가 되어 소를 키울 수 있었다. 농민집회에 다니면서 구속되거나 경찰에 쫓겨 집에 들어올 수 없을 때에는 아내가 젖먹이 아들을 업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축사로 소 밥 주며 고생했던 시절도 있었다. 기억해보면 반듯한 내 축사에 소도 20~30마리 정도 키우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은 이루어졌으니 기뻐해야 되는데 왠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허전함과 불안감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땀 흘려 일해도 노동의 댓가는커녕 큰 소 기준으로 하루에 한 마리당 5천원은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료 한 포대에 1만1천원정도. 풀과 짚 등 조사료는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 사용하기에 다른 농가 보다 비용이 덜 들어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바닥에 깔아야 할 짚 비용 등 사육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현재 내 소유 한우 40두와 축협 위탁우 100마리를 포함해 총 140두를 키우고 있는데 얼마 전 사료 값 1천800만원을 내라는 상환안내장이 날아왔다. 내 소 40마리 키우는데 밀린 사료 값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

작년 2월 설 명절에 맞추어 생우 32개월을 키워 8마리를 출하해 한 마리당 평균 750만원 정도 받아 사료외상값 전액을 상환하고 11마리 송아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후 다시 8마리를 출하했는데 가격이 폭락해 평균 550만원을 받아 사료 값도 갚지 못했고 지금은 벼농사를 지어 나락을 팔아 사료 값을 갚아야할 형편이다.

이러한 한우농가의 심정을 헤아려 요즘 언론에서 소 값 폭락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연일 보도를 하고 정부는 소 값 안정화 대책이라며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원인 분석과 대책은 미봉책일 뿐 한우를 지키려는 것인지 이번 기회로 30개월 이상 미국산쇠고기를 전면개방하려는 꼼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육우 송아지값 안정을 위해 송아지 1천마리를 구매해 송아지 요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최근 한우 가격 하락과 함께 육우 가격이 동반 하락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육우농가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FTA 체결 등 시장개방에 대응해 육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육우가격 안정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송아지가격이 1만원인데 이것도 대책이라고 내놓았는지 농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또 다시 실망하고 불신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언론에서는 한우폭락의 원인을 적정두수 260만 마리인데 현재 33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70만 마리가 초과되어 공급물량이 많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한우농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왜곡된 보도이다. 진정으로 한우농가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야 한다. 소값 폭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증가에 따른 한우소비 감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언론은 이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쇠고기 전체 소비량 중에 한우 소비가 평균 40%대였으나 광우병 촛불집회시기에는 50%대로 올라갔다가 수입업자들의 저가 판매공세와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져 현재 한우소비는 30%로 떨어져있다.

이틈을 비집고 단체급식과 대형마트할인 저가판매공세로 미국산쇠고기 수입은 50%이상 증가해 국내한우쇠고기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한우농가의 바람은 한우쇠고기 값이 현실화되어  최소한의 생산비가 보장되고 서민들이 많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형식적인 대책이 아니라 국내 한우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유통구조를 혁신해 쇠고기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많은 서민들이 적정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한우농가의 목소리를 담아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중장기 대책이 세워져야한다.

정부와 학계의 일반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한우농가가 바라는 대책인 미국산 쇠고기를 포함해 수입물량을 줄이고 단기처방으로는 명절에 농촌에서 신고만하고 도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우 국내소비를 활성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