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하에 송아지 고기를
생산자 직영 식당으로 유통시키자

(기고)김성훈 실장((주)이지팜 기술연구소)

  • 입력 2012.01.09 13:29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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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값 폭락사태는 이미 6개월 전부터 본격화 됐다. 한우 한 마리를 팔 때에 120만원 가량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쇠고기 시장이 개방된 2001년을 전후해 4, 5년간의 장기적 소값 폭락사태를 경험했다. 사육마리수가 반토막 났다. 당시 사육심리를 안정시키고 한우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암소 투매를 막기 위한 큰 소 수매에 축산발전기금이 고갈돼 버렸다.
 소값 폭락 원인은 사육마리수 증가, 그리고 국산 쇠고기를 대체하는 외국산 쇠고기 수입량 증가, 복잡한 유통방식에 따른 산지와 소비지 가격 연동의 어려움 등이다. 여기다 대형마트의 농축산물 유통시장 지배력 강화 또한 외국산 축산물 공급과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마진이 많이 남는 수입쇠고기 파느라 한우고기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
 유럽과 미국에선 보편화한 송아지 고기 생산의 정책화를 제안한다. 이는 사육기간이 단축돼 사료비용이 절감될 뿐 아니라 24~27개월동안 국제 곡물가격 변동, 소값 변화에 따른 위험을 한우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하는 불합리한 모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송아지 고기는 높은 값의 고급육으로 큰 소의 일반육과는 차별화한 시장을 창출하기에, 큰 쇠고기 시장을 위협하기 보다는 쇠고기 공급과잉 해소와 가격지지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시장개방에 앞서 일본의 ‘화우’를 모델삼아 등심단면적의 지방형태를 기준삼은 축산물 등급제, 그리고 육질, 육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육종개량에 집중했다. 사육농가들은 꽃등심을 위해 수소를 거세하고 장기 사육해 왔다. 송아지 고급육 생산은 이 수소거세 위주의 고급육 생산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적으로 일정량에 한정해 송아지고기의 생산·유통을 허용하고, 일반 쇠고기와 가격과 시장을 차별화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축산발전기금이 바닥난 우리로선 일본식 수소 거세 장기비육의 보완책인 송아지가격안정제 또한 지속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수소거세비육과 등급제일방향의 정책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한우고기 공급과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다름 아닌 유통구조이다.
 지난 ’01년부터 ’03년까지 한우산업 암흑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우농가들은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고, 정육점과 병행하는 한우고기 식당이 대도시 인근 시골 읍면에 선보였다. 새로운 판매방식은 대성공을 거뒀다. 물류비가 절감되고 보다 신선한 한우고기를 싼 값에 공급할 수 있었다. 전국 한우가 서울 가락시장 공판장으로 쏠리지 않으니 한우 도매가격이 올랐다. 신선한 식품을 지역 안에서 생산, 소비하는 로컬푸드의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기존 식당의 반발이 거셌다. 또한 음식점 인허가 신고 등과 관련한 제도는 보건복지부가 도맡고 있기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촌지역개발사업 소득사업으로 음식점을 배제하고 있다. 일부에선 전통음식체험관이라 해서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활성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농가들의 힘만으로 정육점형 한우고기 식당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고, 기존 상인들의 몫으로 변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 부처와의 범정부적인 협의를 통해서 농식품부가 향토산업, 광역클러스터산업, 농촌마을개발사업 등을 통해 생산자단체가 정육점형 한우고기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송아지가공명령제를 통해 생산한 송아지 고기를 생산자 직영 정육점형 한우식당으로 제한적인 공급을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소값 파동을 장기화하고 한우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바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정부는 축산선진국인 유럽연합, 미국에 이어 연내에 호주,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다. 구제역이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중국 축산물을 막기 어렵다. 더구나 언론에 오르내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6개월 이내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은 성장호르몬, 항생제, 광우병이 집중되고 있는 젖소 암소의 고기가 수입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산 저질 축산물 또한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현재의 생산이력시스템도 스마트 시대에 걸맞는 값싸고 편한 QR코드와 스마트폰 활용이 필요하다. 
  쌀 생산 농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우사육을 병행하며 소득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한우가 사라지면 쌀도 사라진다. 1990년대 말 소값 파동과 함께 찾아든 것이 농가부채 문제이다.  농촌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없듯 한우 없는 농촌은 존재할 수 없다. 정부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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