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는 소 바라만 봐야 하는 농민 농민들, “부도농가 속출 할 것”

산지가격 폭락·사료 값은 급등
정부대책에 농민들은 한숨만

  • 입력 2012.01.09 12:38
  • 기자명 최병근,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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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한우협회 등 축사단체들이 지난 5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값 폭락에 따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소 값 폭락에 따른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국의 축산(한우, 육우)농가들은 지난 5일 정부의 안일한 대책으로 농민과 소 모두가 길거리로 나 앉아 죽을 판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정부는 소 값 폭락에 따른 대책을 부랴부랴 내 놓았지만 축산 농민들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민들은 “한미FTA 통과로 축산업 붕괴가 눈앞에서 현실화 되고 왔음에도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 대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굶어 죽는 소를 바라보는 농민=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12월 암소 송아지 가격은 92만1천원을 기록, 지난해 평균가격 217만4천원 보다 57% 떨어졌으며, 600kg큰소(수소)는 지난해 평균가격 533만7천원 대비 40% 하락해 319만3천원까지 떨어졌다.

현장 농민들은 육우 송아지의 경우 현장에서 한 마리에 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소 값 폭락 사태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3일 전북 순창의 한 농장에서는 사료 빚 때문에 육우 9마리가 굶어 죽기도 했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저는)200두의 소를 키우다가 소 값 폭락과 사료 값 인상으로 40마리의 소를 내다 팔았지만 송아지를 다시 입식시키지 못하고 빚만 4천만원이 늘었다”며 “하루빨리 정부가 30만두를 수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도 “육우 송아지 한 마리당 1만원은커녕 오히려 1~2만원을 얹어줘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어 당장이라도 육우와 송아지를 끌고 아스팔트로 나가자는 농가 요구가 폭주하고 있다”며 “정부가 하루속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번 소 값 폭락 사태와 관련 4일 논평을 내고 “육우송아지 대책으로 수매를 비롯한 최저사육비 지원방안들을 즉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 보성군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한우비상대책위원회 문경식 위원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농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우농가가 웬만하면 시위를 하지 않는데, 이번 소 값 폭락 사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며 “향후 부도날 한우농가들이 상당수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우는 지역 농촌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줄도산이 일어날 경우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팔짱낀 정부, 내놓은 대책이라곤…한숨만=농림수산식품는 이번 소 값 폭락 대책의 기본 방향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되, 장기적으로 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도록 보완대책을 실시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식품부는 소를 키우는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 가격 안정을 위해 ▷사료업체에 사료원료구매자금 지원 확대 ▷수입사료 원료 할당관세 적용품목 확대 및 세율인하 등과 같은 대책에 대해 농업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또 정부는 22개 사료원료(현행 11개)에 대해 기본세율보다 낮은 할당관세를 적용해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이 중 무관세 품목은 16개). 하지만 이러한 정부 대책은 국내 사료생산기반을 확대한다는 것 보다는 또 다시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겠다는 정책이라며 ‘임기응변식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은 “단기, 중기, 장기 대책이 모두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단기 대책만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내 사료 생산기반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장기적인 계획이 나와야 이러한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책마련 목소리 들불처럼 번져=소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정신적 공황상태가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한우농가를 넘어서 전 농민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16일 한우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우를 키우는 농민들은 “긴급수매와 사료값 보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우농가들은 분노에 차서 죽던가 아니면 한우를 전부 내다버리던가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부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을 포문으로 전국의 한우 농가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들불처럼 번져 일어난 것이다. 전국한우협회(회장 남호경)는 5일 성명을 내고 정부를 비판한 뒤 ▷적극적인 수매와 장려금 확대 ▷사료자금 지원 확대 및 사료구매자금 상환 연장 ▷송아지 생산 안정제 보전금액 확대 ▷미국산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이 한미FTA 빅딜 대상이 되는 것 반대 등을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이광석)도 5일 성명을 내고 한미FTA 발효로 미국산 소고기의 전면 개방은 현실이 되어 한우 농민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미FTA는 한우 값 폭락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며 한우농가들의 파산으로 이어져 이 땅에서 한우의 씨를 말리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농은 “한우 긴급수매를 통해 한우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라”며 “축산농민들의 영농재기를 위해 사료자금지원확대와 사료구매자금 상환 연장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농 전북도연맹(의장 서정길), 한국농민연대, 통합진보당 등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비판하며 존폐위기에 놓인 소 사육농가들을 위해 소 값 폭락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근·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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