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보면 국내산, 알고 보면 중국산 쌀 90%

원산지표시, 유통과정 적법이지만 소비자 혼란 우려

  • 입력 2012.01.09 09:09
  • 기자명 유정상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중국산 수입쌀이 국내산 찹쌀과 섞여 이름만 보면 소비자들이 국내산으로 착각할 수 있을법한 상표명으로 유통되고 있다.

김포시 양촌읍에 거주중인 최병종 씨는 지난달 23일 포장에 신김포미곡이 인쇄되어있는 ‘한우리 쌀’이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 소재 세계로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한우리 쌀 20kg 1포대는 2만8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 지난 달 23일 경기 김포에서 발견된 '한우리쌀'은 2010년 중국산쌀 90%에 2011년 국내산 찹쌀 10%가 섞인 상품이다.
 

최 씨는 2011년 쌀은 20kg에 4만5천원~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어 신곡이 2만8천원에 팔릴 수 없다는 의문이 들어 표시내용을 확인한 결과 한우리 쌀은 2010년 중국산 쌀 90%에 2011년 국내산 찹쌀 10%가 섞인 상품임을 확인했다.

최 씨는 “한우리 쌀이 ‘10년(중국)90%’라고 원산지 표기는 되어있지만, 다른 표시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는 “(김포에서 발견된)한우리 쌀은 신김포미곡이 적혀 있지만 신김포농협미곡종합처리장에서 도정된 것이 아니고, 한우리 쌀은 전남 고흥에 있는 한우리친환경미곡처리장에서 생산된 쌀의 이름이다”라며 “원산지 표시는 했지만 한우리 쌀이라는 이름만 보면 소비자들이 중국산 쌀을 2011년 신곡으로 잘못 알고 살 여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김포사무소 유통팀 관계자는 “한우리 쌀은 중국산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원산지 표기가 되어 있고, 가공자와 판매자가 표시되어있어 문제는 없다”면서 “신김포미곡은 신김포농협미곡처리장이 아니고 사업자등록이 된 판매업체명”이라고 설명했다.

신김포미곡 측의 입장을 듣기위해 ‘한우리 쌀’ 포장지에 적혀져있는 ‘031)987-00XX’로 연결한 결과 김포시 통진읍 소재의 모 산부인과의 팩스번호로 확인됐으며, 사업자등록번호 조회 후 업체 측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신김포미곡 관계자는 5일 “포장지에 잘못 표기된 전화번호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신고를 했고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포장지는 3만4천장이 인쇄되어 현재 1만 여 장이 남아있으며 신김포미곡 측은 남아있는 포장지는 마저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또 그는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공매받은 수입곡을 도정업체에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맡겨 도정·포장해 팔고 있다”면서 “판매사무실은 포장내용처럼 김포시 하성면에 있기 때문에 상호명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신김포미곡은 ‘한우리 쌀’을 김포 소재 마트 두 곳에서 판매를 했으나, 지역농민으로부터 문의가 빗발치자 1월 4일 판매철수에 들어가 5일 철수를 마쳤다.

20kg에 2만8천원에 유통되던 ‘한우리 쌀’은 신김포미곡 측이 aT로부터 공매받은 2010년 3등급 중국산 쌀로 공매가는 20kg에 1만4천원~1만8천원선으로 확인됐으며, 총 20kg 5만 개 분량을 공매 받았다.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연매출이 100억원이 안 되고 업계 10위에도 못 드는 규모다. 1년에 600~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이 고양, 하남, 남양주에도 있으며 그런 업체들은 20kg 20만개 규모의 수입곡을 유통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입곡 유통은 원산지표시 등 현재 법테두리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공매이후 관리는 따로 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한 유통인은 “2009년, 2010년 쌀 재고가 없어, 2011년 양곡시장에 국내산 5톤 트럭이 1대들어 왔으면 중국산은 18톤 트럭 5대가 들어오는 수준이었다”면서 “중국산 쌀은 찹쌀과 섞거나 국산과 혼입하면 겉모습과 맛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내산 2011년 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일부 자금력이 되는 상인들은 매점매석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일부 중도매인에게 몰린 수입곡들은 곡물물량이 없어도 가격상승을 노리고 시장에 나오지 않기도 했다”면서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수입곡을 푼 정부방침과 다른 모습으로 유통될 때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입양곡을 관리하는 농수산물유통공사(aT) 관계부서에 따르면 2011년 최소시장접근(MMA) 양곡수입물량은 가공용과 밥쌀용을 합쳐 32만7천톤이 도입됐으며 이 중 밥쌀용으로는 9만8천톤(중국, 미국, 태국)이 수입됐다. 도입된 수입곡은 공매를 통해 국내시장으로 유통됐으며 지난해는 300여 업체가 공매에 참가했다. 중국산은 6만7천 톤이 들어와 2009년곡 9천톤(2011년 12월 27일 기준)이 재고로 남아있는 상태다.

한편 aT는 국내에 유통되고 수입곡에 대해 도입부터 공매까지가 책임으로 공매 이후의 유통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상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