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은 농민세상, 농민들의 새해 소망”

농민들의 신년사

  • 입력 2011.12.30 09:5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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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미래 설계하게 됐으면

강광석(전남 강진)

 내년에 어머니 연세가 칠순입니다. 시골 어르신들이 대개 그렇듯 틀니를 하고 계시는데 그것이 시원치 않은 듯 병원 가는 일이 잦습니다. 내년에 틀니라도 새로 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끼리 칠순맞이 행사를 조촐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있는 누나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늦장가 들어 벌써 아이가 셋입니다. 진솔이, 진협이, 진군이 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기대합니다. 동화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집사람에게 좋은 남편이 되는 길은 집사람 왈 “오늘 나가면 오늘 안에 들어오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최선을 다 한다는 말로 다짐이 될 런지는 모르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내년에는 총선, 대선이 있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헛소리 일터, 너무나 자명하게 한나라당을 물리치고 농민문제를 해결할 정치인과 정부를 세워야겠습니다. 내년 이맘때 지난날의 고통과 좌절을 먼 이야기처럼 추억으로 묻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농민들이 신명나는 세상을 소망

고승완(제주 애월)

 

 지난해 우리 농민들은 한미FTA라는 큰 싸움 상대를 만났습니다. 몇 해 전부터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미국과의 FTA는 결코 국익이 아닌 소수의 특권층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말았습니다.
 우리 농민이 한 일이라곤 묵묵히 농사를 짓는 일 뿐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제 아무리 이 나라를 흔들어 놓는다고 해도 또 우리 노인들의 숨통을 조여온다고 해도 우리는 견고한 성벽처럼 버티고 이겨낼 것입니다.
 2012년은 변혁의 해가 될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 다수당의 횡포를 막아낼 것이고 대통령 선거를 통해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줄 것입니다.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돌파구를 만들어 냈던 농민들 입니다. 이 땅의 주인인 우리 농민들이 웃으며 사는 세상. 묵묵히 일하는 우리 농민들이 신명나는 세상. 그런 세상을 시작하는 2012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여성농민이 생산의 주인임을 인정받는 새해 희망

김미경(경남 진주)

 2011년은 참으로 힘든 한해였습니다. 전여농 경남연합 사무처장으로 조직에 복무함은 물론 한미FTA 저지투쟁으로 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여농은 지난해 8.25 전국여성농민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회의하고 교육하고 조직하며 보냈고, 8.25대회는 이후 하반기투쟁의 핵심과제를 선언하게 되었으며 전여농은 그 선봉에 있었습니다.
 여성농민은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에서 종자를 지키고, 농업을 지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지만 오늘도 가장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농업이 너무나 어려워지고 있고 특히나 농촌사회 가부장성은 여성농민이 살아가기에 너무도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여성농민들!
 내년에는 여성농민이 생산의 주인임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농민이 농촌사회에서 복지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생산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목표 ‘농촌을 떠나지 않기’ 지우는 날 기대

박중구(강원 화천)

  “올해는 어떤 농사를 짓지?”라는 질문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농사 7년째로 접어드는 올해 31살의 초보농군입니다.
 매년 농사계획을 세우며 올해는 이정도의 수익은 내야지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농촌을 떠나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젊었으니 다른 일 찾아서 해”라는 진지한 충고와 경고를 아직도 주변에서 듣고 있습니다.
 이미 농사를 20~30년 지은 형님들도 매년 수확량 감소와 가격 문제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걸 봅니다. 그리고 농업이 아닌 공사현장을 비롯한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형님들을 계속 보게 됩니다.
 농촌과 농업을 떠나는 것이 비단 그분들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개방농정과 FTA등으로 인해 농촌과 농업을 매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 목표에 “농촌을 떠나지 않기”를 지우지는 날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것이 희망이 되는 한 해를 꿈꿉니다.

 

2012년에는 잡초를 뽑고 싶다

박흥식(전북 김제)

 2011년이 가는 길목에 애써지은 논바닥에 잡초가 무성하게 나와 농민에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한-미FTA!! 딴나라당 국회의원이 날치기 통과한 한미FTA국회비준 방망이는 농민의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뒤편에 멍들은 자연은 그 해코지를 때 아닌 폭우로 농민들의 수확의 기쁨을 수장시키고 있습니다.
 2011년 잔인한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새해에는 마음 다잡고 한해 농사를 설계를 합니다. 생각대로 농사지어 제값 받아 지난해 수해피해 복구도 하고 아들놈 학비에 집안 살림 꾸려가고 늙으신 어머님 좋은 병원에 모시고 싶은 제 작은 소망이 사치라도 되는 양 이명박 정부는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농사를 잘 지어서 우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우리가 만들어낼 때 올바른 농사를 짓는 거라 생각합니다. 붉은 노을을 벗 삼아 아내와 함께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보금자리가 웃음꽃 피는 농부이기를 희망해 봅니다.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는 만큼 더 열심히

신송수(경기 평택)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합니다. 농민이 최선을 다해도 풍년을 만드는 마지막은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이겠지요. 이상기후로 수확이 줄어드는 최근의 농사를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농사는 정부가 짓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정부가 농업정책을 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헛고생이라는 것이 요즘들어 드는 생각입니다.
 2012년 임진년은 흑룡의 해라고 하지만 농민에겐 깜깜한 암흑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서러운 새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할 수 있는 건 땅 파고 삽질하는 농사일 밖에 없는데...그 동안 농사지으면서 터득한 게 있습니다.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는 만큼 더 열심히 농사를 짓고 정부가 하라는 반대로만 하면 성공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2012년 더 열심히 농사짓고 정부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면 나머지는 하늘을 믿으며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우리의 희망이 다른 지역의 희망되길

이상정(충북 음성)

 지난 한해 농촌 현장은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 음성농민들은 중요한 농사를 지었습니다.
 죽어라 농사지어도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가격이 뚝 떨어지면 오로지 우리 농민들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빈 소주병으로 책임질 수  밖에 없었던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음성에서는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이라는 농민들의 비상금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추수기 때 새벽으로 밤으로 논두렁을 다니며 서명 받기를 6,421명. 지난해 12월 23일 드디어 조례안이 군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음성농민들은 모처럼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새해 희망은 우리 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더 나은 조례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중앙정부가 최저가격보장정책을 실시하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최종 희망입니다.

 

정광훈의장처럼! 나꼼수처럼! 유쾌하게!

이영수(경북 영천)

 지난해 정광훈 의장님 영결식을 지키며 금남로 바닥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 나도 저렇게 가난하지만 자랑스런 아버지로 평생을 살아낼 용기가 있을까, 나도 저렇게 평생을 한결같이 웃으며 유쾌하게 투쟁할 수 있을까’
 언제나 유쾌한 의장님을 그렇게 느닷없이 떠나보내고 유쾌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오세훈 사퇴, 안철수 등장, 박원순 당선, 그리고 ‘나꼼수’ 열풍. 시골변방 영천에서도 모이기만하면 ‘나꼼수’ 얘기로 분위기가 밝아졌습니다. 2012년 올 한해 나는 누구보다 유쾌하게 살아볼 작정입니다. 동네일도 유쾌하게, 면지회 건설도 유쾌하게, 농사일도 유쾌하게, 가정에서도 유쾌하게, 때론 깔때기도 과감히 들이대며...
 지금도 내 가방에 달린 뱃지에서 의장님이 백만 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혁명의 축제에 나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유쾌하게!

 

새해 농사도 온전히 자기와의 싸움

최용혁(충남 서천)

 ‘역사가 우리에게 묻는 것은 이것입니다. 너 어디에 있었느냐, 넌 그때 무얼 하고 있었느냐, 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그것이 전부입니다. 역사가 묻는 것은 곧 내가 나에게 묻는 것입니다./.../승리냐 패배냐가 아니라 존중입니다’(백무산 시 ‘겨울 조정환 중)
 한해 농사 계획이나 부족한 생활과 공부 등을 떠벌리지 않아도 세밑 연초의 들끓는 시기가 지나고 나면 1년은 온전히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어디에 있었느냐, 무얼 하고 있느냐’ 물음에 대한 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나만 모르고 있습니다.
 ‘새해 첫 날만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 맑은 눈과 투명한 정신과 담백한 심장을 가진 사람,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사람, 첫날엔 봉길 바닷가에서 기다리지요. 그 동그란 시선이 해를 그립니다.’(백무산 시 ‘겨울 조정환 중)
 맑은 눈과 투명한 정신, 담백한 심장을 가진 사람을 그리워하다 보면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되어 있을지 혹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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