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과 농업·농촌의 가치실현이 농식품안전을 보장한다

  • 입력 2011.12.30 09:38
  • 기자명 윤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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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석 원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에 불과하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열량의 약 절반은 해외 농식품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수입 농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온통 잠식해 버린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1인당 소득 수준이 낮았던 1960년대나 1970년대에는 식량자급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소득 수준이 낮으니 축산물 등의 소비가 많지 않아 곡물의 수입이 필요 없었고 가공식품보다는 일차 농수산물 위주의 식생활로 충분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축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 나면서 다양한 유형의 농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995년 WTO체제 출범과 각종 FTA를 추진하면서 농식품 시장은 전면개방을 시작하게 되었고 비교우위와 경쟁력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우리 나라 농어업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경쟁력 지상주의 철학이 만연하면서 농어업·농어촌에 대한 본질적 가치와 식량안보, 식량주권에 대한 인식은 점차 매몰되어 갔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농식품안전의 문제를 야기시켰고, 그것은 우리 시대 최대 이슈가 됐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멜라민 파동 등이 그것이다.

농식품 안전을 위해서는 결국 식량주권이 확보되어야 하며,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를 보전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농업계만의 문제인식 공유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 안전을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한다. 농식품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가능한 한 국내 농어업의 자급률을 높혀 나가야 한다. 식량수급목표와 논 면적의 유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주권이며 식량안보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해야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식량주권의 확보와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정책은 필수이다. 식량주권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미래에도 변함없는 덕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 농산물시장의 불안요인은 전쟁의 위험을 포함하여 생태학적 위험, 농작물과 가축의 질병, 방사능 오염, 농산물수급의 변화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식량안보는 이같은 위험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기도 하다. 따라서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지출은 국민적 위험회피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위험회피를 위해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생태 농업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유기·생태농업은 단순하게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도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만을 제공하는 소극적인 개념의 유기농업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태와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자연이 보존되고 생태환경이 살아 역동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유기농업. 생태농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신과 이념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밖에도 ‘농업·농촌’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정부·지도층의 문제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이라는 산업은 그 본질적인 가치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파악하여 포기해야 되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은 그 자체가 무의미 하다. 따라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농업은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산업이며, 민족과 영원히 함께해야 할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민족의 산업’, ‘생명의 산업’이라는 적극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농지의 최대한 보존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들 농지의 보전방법으로는 타 식량작목(밀, 콩, 잡곡, 사료작물 등)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쌀을 재배하지 않게 되는 농민에 대한 적절한 정책, 즉 소득보조정책이나 사회복지차원의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농식품의 해외 의존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농식품의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고 이는 결국 인간은 물론 환경과 생태와 자연을 훼손하고 사회 전체의 피폐화를 불러온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 생태 농어업’의 발전과 유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농식품 안전의 기본이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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