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정말 하나로 뭉치자

  • 입력 2007.11.26 09:26
  • 기자명 이승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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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대 중반 전국농민조직의 단결력이 미비한 상황에서 축산단체의 쇠고기 수입자유화에 대응한 투쟁은 어쩌면 한칠레 FTA, 한미 FTA 투쟁의 토양이 되지 않았나 회고해 본다. 흔히 우리는 동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농민간의 동질의식과 투쟁의식을 고취해왔다.

외롭고 힘든 한EU FTA 투쟁

▲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아쉽게도 전국농민조직, 품목조직간의 화합과 단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농업을 살리자는 목표의식은 같지만, 방법론의 차이에서 투쟁과 실리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하지만 방법론의 차이는 본질을 벗어난 결과를 나타낼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투쟁과 실리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을 놓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새삼 농민조직간의 단결은 기본이며, 하의도 농민들이 350년간의 투쟁과정에서 빼앗긴 농토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뚜렷한 목표의식과 하의도농민의 단결력에서 기인한 결과이다.

한미 FTA 투쟁과정에서 농대위가 건설되고, 협상과정에서 우리 농민동지들이 보여준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은 농민단체의 융합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한미FTA 타결 이후 일부 농민조직들이 투쟁과정에서 이탈하면서, 투쟁이 아닌 실리를 찾아 방법을 달리 하였지만 그 실리 역시 정부의 경제논리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떨땐 투쟁이 필요하고, 어떨땐 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자기주장만을 한다면 융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농민단체의 융합이 중요한 것은 투쟁이냐, 실리냐의 의사결정을 통해 하나의 창구로 농정현안에 접근해야 한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과거의 허물을 덮어주고, 다시 투쟁의 동력을 끌어 올려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0월 5차 협상에 우리협회와 양돈협회 주축으로 원정투쟁을 실시 한 바 있다. 원정투쟁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몇몇 피해품목의 단체들만의 외로운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농민단체의 융화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 아닐까. 품목조직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한EU FTA를 품목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사실 낙농가의 경우 전업농가 비율이 약 10%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낙농가의 경우 과수, 원예, 논농사 등과 겸업으로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한EU FTA협상은 비단 낙농, 양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여파는 농업전반에 걸쳐서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농업계 모두가 한EU FTA 투쟁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대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후보들이 발표하는 농정공약에는 아쉬움이 많다. 유력 당후보들이 ‘개방은 피할수 없는 대세이다’, ‘농업도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등 아직도 농업을 경제논리로만 해결하려는 의식이 뿌리깊이 팽배해 있다. 이는 흔히 농업지원을 퍼주기식이라고 비판하는 사회풍토와 농업의 다원적기능에 따른 기간산업으로의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본다. 우리 농민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FTA 보다 농업을 경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어쩌면 더 중요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제논리만 내세우는 정치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농업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육성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선진국이 농업을 육성하는 것은 농업이 가지고 있는 경관보전, 수해방지 등 공익적 기능을 중시하는 성숙된 국가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5천년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농업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선조들의 개척정신과 농업발전이라는 국가적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것은 꿈에 정열을 쏟아 붓는 인간의 힘에 있다. 전국의 농민 한분 한분이 농업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꿈과 이상을 잃어버리지 않고, 농민단체 역시 더 이상 방법론에 따른 갈등에서 벗어나 대승적 차원에서 융화를 한다면, 지금 한국농업은 비록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감히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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