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를 휴대폰 취급하지 말라"

농민, 학계, 정부의 GM작물 종자 계획에 반발
종자는 식량주권 실현의 중요한 요소

  • 입력 2011.12.12 15:42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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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 서규용)가 종자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종자수출 강국을 실현하는 ‘종자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농민단체 등이 종자를 휴대폰 취급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 자리에서 ▷민간의 종자육종 연구기반 조성 ▷R&D 투자 확대 및 종자기업육성 지원 등 3대 추진전략과 10개 중점과제가 담긴 종자산업 육성방안을 회의 안건으로 보고했다.

농식품부가 이번에 제출한 종자산업 육성 방안에 따르면 종자육종연구 기반 조성을 위해 2015년까지 연구시설, 시험포장 등을 갖춘 민간육종연구단지(전북 김제시, 57ha)를 조성해 종자업체(20개소)의 육종 연구인프라를 지원하고, 다양한 돌연 변이품종 선발을 위한 방사선육종연구센터(전북 정읍)를 2013년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종자R&D 투자 확대 및 효율화를 위해 전략품목 20개 개발을 위해 향후 2012년부터 2021년까지 4천911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GM작물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 ‘GM작물 실용화사업단’을 설립·운영해 수출용 벼, 옥수수, 콩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전문가,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종자를 휴대폰 취급하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종자는 산업으로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학계에서는 종자를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실제 식량생산 근거로서의 종자가 아니라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는 상품으로서 초점을 두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종자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종자에 대한 자립이 취약하다는 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현재 국내사용 종자의 약 50%만이 국내기업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종자의 중요성을 위해서는 외국기업에 의존하는 종자의 국산화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가 채종하는 농민들의 종자에 대한 권리 보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농민단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종자는 땅에 심어지고 수확되는 데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현지 보존을 통해 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정부의 발표는 현지에서 종자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골든씨드 프로젝트에 대해 김은진 교수는 “유전자원으로 보존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으로서의 종자를 만들기 위한 정책만이 존재한다”며 “재정적 지원 역시 기업에 국한된다. 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에 국고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전자원통합시스템이라는 데이터베이스화는 육종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농민들이 자가채종하고 있는 종자를 조사해 이를 지원 및 데이터베이스화해 품종등록 등을 통한 독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단체들도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종자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못 박고 강하게 반발했다. 구체적으로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종자강국을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토종종자에 관한 내용은 없다며 종자 수출이 중요한게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토종종자를 자국내에 심게 하고 늘리겠다는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신지연 사무국장은 “정부가 기업중심의 종자육성방안을 제출했는데 이는 한미FTA를 앞두고 지적재산권과 관련되어 위험한 발상이다”며 “종자를 농민의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것으로 돌리려는 정책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GM작물을 위해 실용화사업단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대해 주식인 벼의 GM개발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신 사무국장은 “김제의 민간육종단지, 정읍의 방사선연구단지는 굉장히 우려스럽고 건립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정부는 민간육종단지라고 하는데 이는 기업의 육종단지 아니겠냐. 기업에게 씨앗을 넘겨주기 위한 절차로 추정되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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