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희망이다

  • 입력 2011.12.12 09:15
  • 기자명 최재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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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경기도의회 예결위원회를 쫓아다니고 있다. 경기도 친환경급식 예산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친환경 급식 예산을 올해의 400억원에서 내년에는 612억원으로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서울의 오세훈 전 시장이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홍역을 치를 때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는 다르다며 경기도 초등학교 700개에서 1,175개 초등학교 전체로 친환경 학교급식을 확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도지사가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올해의 400억원에서 오히려 328억원으로 72억원이 삭감이 된 것이다. 또한 그 72억원은 친환경쌀 예산 전액이었다. 우리 농가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가들이 올려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김문수 도지사 스스로 올린다고 생색은 실컷 내고 이제 와서 삭감이라니 이게 어인 일인가? 

지난 가을 경기도 친환경 급식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도청 앞에서 집회를 했다. 집회를 하면 예산을 깎겠다며 사방에서 연락이 왔다. 경기도 친환경 급식이 농가 계약재배로 전국의 모범사례인데 친환경 농가들이 집회를 하면 도지사의 체면이 무엇이 되겠냐는 것이다.

정말 경기도의 급식체계는 농가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체계이다. 농가가 계약재배로 참여하고 영양사와 농민이 스스로 가격결정을 협의하고 지자체가 협력하는 나무랄데 없는 체계인데 왜 농민들은 분노하는가.

경기도 친환경 급식 예산은 6억8천만원으로 시작해서 400억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계약재배농가가 600농가로 출발해서 해마다 줄어서 230여농가만 남았다. 농가 1인당 평균 매출이 900만원 남짓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운영하는 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이 유통조직으로 참여했는데 그들은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계약재배 농가들을 주무르며 하수인 부리 듯하고 관외물량의 가격 결정과 매입에 전권을 휘둘렀다. 말 안 듣는 농가에게는 물량배정을 줄이고 말 잘 듣는 농가에게 떡고물을 주면서 생산자 조직을 분열시켰다. 이러한 조합공동사업법인의 비민주성에 대해 분노한 농민들이 마침내 도청 앞 집회를 강행하게 된 것이다.

집회를 하면 친환경 급식 예산이 삭감된다는 수많은 협박에도 농가들은 굴하지 않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투쟁에 나섰다. 그 결과 급식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민관 공동의 상설실무 협의체 구성을 성과로 얻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더 이상 친환경 농가들은 경기도나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 법인의 노예가 아니라 경기도 친환경농업인 연합회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은 제도가 주어진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비록 제도가 없어도 사람이 있으면 희망이 있고 제도가 있어도 사람이 없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친환경 농업인을 얻었고 투쟁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고 있다. 그래서 당장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경기도친환경생산자 연합회 회장님은 도의회 앞에서 김문수 도지사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농가들은 도의회 예결위원장을 만났다. 생산농가들은 로비스트가 되어 연일 도의회를 드나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 대표와 면담을 진행했다.

민주당을 만나면 ‘민주당은 걱정말고 한나라당을 설득하라’고 하고 한나라당을 만나면 ‘한나라당은 걱정 말고 민주당을 설득하라’고 한다. 어쨌든 어느 당이든 친환경급식 예산은 애초 약속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우리에겐 사람이 있고 더불어 만들어가는 희망이 있다.

최재관 여주 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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