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농노(賣農奴)와 매국노(賣國奴)

윤석원(중앙대 교수)

  • 입력 2011.11.28 12:09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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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을 우리는 매국노(賣國奴)라 한다. 이완용 일당이 그들이었다. 이에 견주어 농업·농촌·농민을 팔아먹은 자들을 우리는 매농노(賣農奴)라 할 수 있다. 이완용에 해당되는 일당은 누구일까. 꼭 말을 해야 할까. 한미FTA는 한마디로 농업·농촌·농민을 팔아먹고 나라를 팔아먹은 한줌도 안 되는 자들의 매국(賣國), 매농(賣農)에 다름 아니다.

국회비준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농업이외의 조항들, 예컨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래칫(rachet) 조항(역진 방지장치), 스냅백(snapback) 등이 이슈가 되면서 농업부문은 당연히 피해를 보는 분야이니 대책만 좀 세우면 되는 것으로 치부되었고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미FTA는 사실 그 어떤 분야보다 농업·농촌·농민의 말살을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반국가적이고 반민족적이다. 왜 그런가를 몇가지만 짚어두고자 한다. 지구상의 어떤 FTA도 이런 FTA는 없기 때문이다.

한미FTA는 전대미문의 관세철폐협정이다. 최대 15년이 지나면 쌀을 제외한 모든 농축산물의 관세가 없어진다. 관세가 철폐되고 나면 수입이 폭증하여 국내가격이 폭락해도 농산물세이프가드(ASG)조차 발동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임시 보호막조차도 걷어치워 버렸다. 세계최고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농업관련보조금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도 보조금을 지불한다고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검역주권까지 다 내준건 이미 아는 사실이다. 닭고기를 제외한 모든 축산물의 원산지 규정은 도축국 기준으로 되어 있어, 극단적인 예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캐나다산 소를 미국이 수입하여 미국에서 도축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되어 수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앞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올 날도 멀지 않았다.

육류가공·유통부문(LPC, 도축장, 도매업, 도매배송업)의 경우 지분의 5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앞으로 축산가공·유통 부문까지도 미국손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게 되어 있다. 비위반제소 규정에 의해 GMO 혼입률기준을 EU수준으로 올릴 경우 미국의 수출업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WTO체제하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농업·농촌의 비교역적 기능(다원적 기능)과 식량안보나 식량주권에 대한 논의는 협정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11월 22일 한미FTA 비준안이 제일 야당의 묵시적 동의(?)하에 집권여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되고 난 다음 최고 지도자가 내뱉은 첫마디가 “농업은 피해보상차원의 소극적인 대안이 아니라 경쟁력을 제고하여 수출농업으로 육성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몇%의 농산물과 농민들이 수출농업을 할 수 있겠는가. 이거야 말로 99% 농민과 농업은 죽으라는 말이 아닌가. 이는 이 정부의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철학의 부족함과 천박한 문제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언행으로써 참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제일 야당의 동의하에 제시된 농업부문 대책과 22조원 투입이라는 것도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하여 한미FTA를 하면 수출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고 하나, ‘국내 6대 수출품목 중 자동차를 제외한 전자, 조선, 석유화학, 철강, 일반기계 등 나머지 업종에서는 한미FTA가 발효돼도 실제 영향이 거의 없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관세인하 효과나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되레 농업 등의 피해에 따른 반기업정서 확산을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보수언론마저도 분석하고 있다(서울신문 2011년 11월 25일자).

한미FTA는 물론 각종 FTA는 단언컨대 우리 사회와 경제에는 득이 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농업·농촌·농민만을 피폐화시킬것이 뻔하다. 미국 농무부 산하의 경제연구소(ERS)는 미국산 농축산물의 대 한국 수출액 증가예상액을 연평균 19억3000만달러(약2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정부의 계산에 의하더라도 연간 피해액이 8,400억원이고 , 한EU FTA 피해액은 연간 1,800억원이라고 하니 이것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거기에다가 한중FTA, 한일FTA 등도 체결될 경우 어림잡아도 연간 2~3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면, 한해 농산물 생산액이 약 35조원 내외의 현실에서 10년~20년이면 한국 농업은 절단날 것임이 자명하다.

이는 국가의 뿌리를 흔드는 일로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러한 일을 미래비전이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우기는 자들이야말로 매농노(賣農奴), 매국노(賣國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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