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촌지도사업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2007.11.25 21:55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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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촌진흥청이나 전국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수입개방이 본격화되는 조건에서, 국내 농업생산의 기술이 무슨 소용이냐는 식으로 시시때때로 농업기술센터의 행정과 통합과 축소 논의가 되고 있다.

2007년 현재 1백59개 시군농업기술센터 중 농업행정업무와 통합되어 있거나 농업기술센터의 업무가 시군청으로 이관된 곳이 총 69개로 전체의 27%에 달하고 있다.

점차 지도사업의 업무가 축소되고 지도직 공무원들이 줄고 있는 실태이다. 정부의 타 부처에서 끊임없이 농업분야의 축소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은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농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 존재가치를 의심받고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농업기술센터는 농업몰락을 재촉하며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기술센터는 정부 정책의 나팔수가 되어 해마다 새해가 되면 면단위 농민들을 수백명씩 모아놓고 규모화가 살길이요, 고품질이 살길이요, 경쟁력 없는 농업은 안된다는 정부 주장만을 되풀이해왔다.

농업기술센터는 현장을 모르는 정부의 농업정책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고만 할 뿐 농민들의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농촌현장의 현실에 맞지 않은 정부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없으니 농촌이 망하고 있어도 변하지 않고 계속 되풀이되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농업기술센터는 농촌현장의 목소리를 위로 전달해야할 자율신경이 마비되어 있어 그동안 직무유기를 한 셈이 됐다. 농업기술센터가 지도직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정책에 맞게 자금을 내리고 자금의 집행에만 신경 쓰는 군청행정직과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없었다. 농업기술센터는 이를 심각하게 자기반성하고 거듭나야 한다.

농업기술센터가 제대로 혁신하려면 정부중심이 아니라 농민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강제가 아니라 자율신경이 되살아 나야 한다.
농업기술센터는 농민 중심의 근본방향의 전환과 더불어 내용면에서 혁신해야 한다. 생산기술 중심의 체계에서 생산·유통·판매 등 종합적인 지도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여 연구하고 지도해야 한다.

밭작물은 제때 심고 제때 거둘 수 있는 작업인력이 없어 소규모 농가들은 밭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협업생산을 통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농기계 공동이용의 협업 조직화 등 생산과 관련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농촌현장의 과제를 중심으로 보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연구는 한도 끝도 없을 것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농촌현장에서는 농업생산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정책을 중심으로 농민들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이제는 농민들에게 배우는 농촌지도사로 거듭나야 한다. 농촌지도사의 기술지식은 한계가 있다. 수많은 품목에 수많은 품종을 개별농민보다 잘 안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농촌지도사는 개별농민이 해결하지 못하는 기술문제를 인근 대학과 잘 연계하여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농촌지도사가 갖추어야 할 것은 농민들의 유통·판매·생산·협업 등 온갖 어려움을 제 문제 처럼 끌어안고 농민들과 함께 풀고자하는 열정이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농민들 속에 깊이 들어가서 농민들과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못 풀어 나갈 것도 없다. 농민들을 가르치기보다 농민들 속에서 배우는 농촌지도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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