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작은학교

  • 입력 2011.11.20 16:54
  • 기자명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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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학수능시험을 치르고 수시모집이나 정시준비로 학생이고 부모고 바쁘고 초조한 시간들인 듯하다. 

인구가 많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기에 우리 아이들은 병설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도합 11년은 기본이고 거기에 성적이 비슷하면 추가로 고등학교 3년까지 합하여 14년 정도는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게 당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같은 학년이면 아이의 엄마들도 대충 동년배로 처리가 되어 아이들의 성장을 같이 지켜보게 된다. 스무 명 남짓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여드름 범벅으로 머리만 꾸벅하며 지나가고 군복을 입은 채 거수경례를 올릴 때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되고 농촌공동체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아들이 처음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때는 전체 아이들의 수가 2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100명도 되지 않아 조회를 서거나 운동회를 할 때 헐겁게 느껴지는 운동장을 보면서, 아이들이 세상의 거친 파도에 지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힘찬 성장을 위한 농촌의 교육은 어떤 내용일까 고민하게 된다.

도시의 학부모들처럼 자녀의 입시나 학업에 열성은커녕 관심도 제대로 못 갖지만 여성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식 잘 기르려는 데 있다. 농사 짓다보면 돌보지 못해 꼬질꼬질한 아이들의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지만 도시대비 70%도 안 되는 농가소득의 현실 속에서 더욱 악착같이 농사에 매달리고 농사로 안 되면 다른 일을 하며 아이들 교육비와 집안의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면 부모가 더 못 해 주는 게 미안하고 공부를 못하면  부모노릇 못해 아이들이 이렇다는 자책을 한다. 미안과 자책은 농촌에서 농업을 하는 농민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까지도 하게 되고 결국 농촌의 교육문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농업포기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지난 ’08년 12월 강기갑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산어촌 교육지원 특별법안의 내용을 접하게 됐다.

이 법의 주요내용은 농산어촌의 교육진흥과 학생의 학습권 및 주민의 교육 기회보장 등에 필요한 교육지원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농산어촌 작은 학교’(면에 소재하고 7학급 이하인 초등학교 및 4학급 이하인 중고등학교)를 학생의 창의력 개발과 인성함양을 위한 교육을 하는 학교로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학생의 취학편의를 위해 통학버스나 기숙사 등을 운영하고 농산어촌 작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에 대한 후생복지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우리 딸이 올해 졸업한 중학교는 11년 동안의 공동생활로 학생들의 사이도 좋고 모든 선생님들께서 열성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을 지도하시고, 그런 모습을 알기에 학생들도 선생님을 잘 따랐고 학부모들도 협동이 잘되는 학교였다. 그런데 여주에 있는 중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제일 적어 통폐합 1순위라고 했으며 내가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통폐합 관련  학부모설문조사를 하면서 통폐합이 추진되기도 해 애를 태운적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이런 초등학교, 중학교가 작은 학교에 해당되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의 3월에 나오는 ‘우리들은 새 학년, 새 교실에서 새 친구와 새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설렌다’는 교과서의 내용을 보고 그 설렘을 못 느낄 아이들을 짠한 마음으로 바라볼 엄마도, 농사짓는 부모 만나 자식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한 아빠도 더 이상은 없을 것 같다.

내 자식의 성장해가는 모습만이 아니라 농촌공동체 안에서 내 자식과 같이 커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넉넉하고 대견하게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농산어촌 교육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농촌교육문제의 해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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