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농업회생 위한 농촌지도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발표]농민에게 존재가치 인정받아야

  • 입력 2007.11.25 21:31
  • 기자명 최병근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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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진 모    서울대학교 농산업교육과 교수

지역특화작목 재배에 치중, 과잉생산 불러
농촌지도공무원 신분 국가직으로 환원해야

▲ 김진모 서울대 교수
한미FTA가 타결되고 국회비준이 남아있는 상태인데, 이 비준안이 통과되면 농업부문에 상당한 피해가 일어날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휴대폰과 같은 수출산업 보호를 위해 농업부문이 희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농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농업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사람의 경쟁력과 농업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업부문에서 사람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면, 이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기관이나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를 담당할 적합한 기관은 농촌지도조직일 것이다.

우리 농촌지도사업은 1997년 1월1일자로 농촌지도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되면서 농촌지도사업 추진체계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후 10년이 흐른 지금 농촌지도기관의 고유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농업행정과 통합을 겪으면서 실질적으로 농촌지도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며 1997년 이후 인사권·재정권·감사권이 지자체장에게 이양됐다.

지방화가 된 이후로 중앙과 시군센터간의 연결고리가 약화되어 현장까지 중앙의 이야기가 전달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됐다.

더구나 농촌지도인력과 예산감소, 중앙과 지방간의 유기적 협력관계가 퇴색하면서 기술센터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지도기관과 행정기관의 이원화로 농업정책과 지도사업이 별도로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일관성·통일성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지도직의 지방직화에 따라 국가 차원의 지도사업 조정기능이 약해지면서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새 기술 시범사업보다 자치단체별 지역특화작목 중심의 지도사업에 전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새 기술 보급이 지연되고, 국가 차원의 조정이 없이 시군별로 지역특화작목 재배에 치중한 결과, 농산물 과잉과 가격하락의 문제를 초래하게 됐다.

이에 따른 농업회생을 위한 농촌지도사업의 발전방향은 하드웨어적 혁신과 소프트웨어적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드웨어적 혁신은 농촌지도사업의 외형적 틀을 현재 요구 상황에 맞도록 바꾸는 것으로, 집을 새로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드웨어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림부를 비롯한 농업관련 조직들이 모여 국가농업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그 속에서 농촌지도사업의 역할과 기능을 설정함으로써 외형적 틀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이는 외형적 틀에 맞는 사람과 프로세스, 문화를 바꾸는 것으로 새로 들어갈 살 집에 맞는 생활방식과 문화를 갖도록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농촌지도사업의 소프트웨어 혁신은 농업인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업무스타일, 농업인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도공무원 자신의 전문성 개발에 노력하는 모습, 효율적인 농촌지도사업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최근까지 이루어져 온 지도사업의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들을 종합해 볼 때, 농촌지도사업의 큰 틀인 비전과 미션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의 농촌지도사업 발전방향은 기존에 설정된 큰 틀 속에서 적절한 전략과제들을 뽑아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비전과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현재의 조직구조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농업행정에 통합되어 있는 시군농업기술센터의 농촌지도 기능을 분리해 독립적 기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여러 가지 외적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농촌지도를 할 수 있도록 농촌지도공무원의 신분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환원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농촌지도 기능과 시험기구 기능의 연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기능을 품목군별로 한 조직장 아래로 통합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농촌지도사업 방식 및 시스템 변화의 내용으로는 농업기술, 경영 컨설팅 및 사이버 상담을 강화·확대해야 하며 개별 농가 중심의 농촌지도방식에서 벗어나 집단(조직) 중심의 농촌지도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담당자의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할 수 있는 농촌지도공무원의 역할을 규정하고 이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역량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촌지도사업은 무엇보다 현장지도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의 실제 과제를 프로젝트 형식의 활동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방법과 여건을 마련함과 동시에 시험연구 기능과 협력하여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지방화시대에 농촌지도공무원은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아니라, 지역 농업인의 필요를 파악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상황이 분명 우리 농업과 농업인에게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농촌지도기관이 지금까지와 달리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도기능을 다한다면, 농업인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지도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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