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

  • 입력 2011.11.14 09:31
  • 기자명 황민영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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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산물이다. 개별적 농민들로서는 시장대응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로서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뭉친 조직이 협동조합이고, 농민들은 다양한 협동조합을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협동조합의 원칙에서는 민주적 관리 원칙이 가장 존중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출자금에 따라 권한과 의무가 차별되지 아니하고, 조합원으로서 누구든 평등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존중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또 다시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러저러한 우려의 소리가 있다. 어느 선거이든 말도 탈도 많지만,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또 다른 점이 있다. 전임 중앙회장이 아직도 영어의 몸인 현실이기도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를 앞두고 지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적임자일까.

그러나 나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전임 중앙회장들의 명예롭지 못한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전임 회장들의 불명예는 개인의 치욕스런 일이기도 하지만 245만 조합원과 농협을 사랑하는 고객들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그것도 세 번 내리 중앙회장이 사법처리를 받는 수난을 겪었다. 축협, 수협중앙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선거관리도 자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타율적으로 관리된다는 사실에 대해 농협인들은 크게 각성해야 할 것이다.

▲ 황민영 상임대표

벌써부터 최원병 현 회장의 재출마와 관련하여 ‘후보 자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정관 제74조에는 회장에 나설 수 있는 피선거권을 ‘농협 자회사의 상근 임직원이나 농협관계법인의 상근 임직원의 경우 90일 전까지 그 직을 사직한 자’만 가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 회장은 농협관계법인 농민신문사 상임회장과 농협대학 이사장 등을 현재까지 역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말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농협조합장은 총 1167명이다. 그런데 288명의 조합장만으로 대의원회를 구성하여 간선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2009년 12월 농협개혁과제의 하나인 회원 농협의 통합 등 혁신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정대근 회장체제에서 보았듯이 조합장 표를 의식하고 연임을 생각하면서, 일선 조합장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면서 개혁은 뒷전으로 미루어 놓은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간선제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장 임기가 단임제로 된 조건에서는 전체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로 전환되어야 한다. 

선거운동방식도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내용을 갖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45만 조합원, 230조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대 조직이고 최대 규모의 조직의 대표를  뽑는 절차이다. 조합장이나 임직원들만 관심있는 일이 아닌 245만 조합원의 운명, 삶의 질과도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중대한 행위인 것이다. 그런 중요한 선거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요식행위로 축약시켜 놓은 것을 민주농협의 선거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아무리 조합원을 대표한 조합장들이 선거에 참여하지만, 조합장의 1/4만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전체조합, 조합원의 이익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그것도 선거공보를 선거일 전 4일까지 선거인에게 발송할 수 있고 소형 인쇄물의 배부, 전화·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지지 호소 등만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런 선거방식에 동의한 조합장들도 중앙회장선거 문제에 대한 현실인식이 결여됐다고 생각한다. 투표에 앞서 소견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어찌 단 한 번의 소견 발표로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 전국 4~5개 권역에서 출마 후보자들의 의견을 말하고 조합원을 비롯한 다중의 의견을 들어 농민조합원뿐만 아니라 고객인 국민으로부터도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선거운동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폐쇄적인 조합운영, 선거방식으로는 협동조합의 생명인 조합원의 참여와 조합 이용을 활성화 할 수 없다.

농업·농촌이 위기이고, 농민이 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에 대해 농협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막중한 책임의식을 깊이 할 때이다. 앞으로 농업은 더욱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이 예외일 수 없다. 더욱 농민조합원의  농협에 대한 요구가 높아가고 큰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일찍이 회원조합의 중앙회인 회장은 농협관료가 아닌  조합의 대표인 조합장만이 농민을 대신하여 피선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많다. 이제 농협의 운명은 농민조합원에게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게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조합장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조합장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더 이상 임직원을 위한 임직원의 농협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농협의 역사적 책무를 깊이 생각하는 중앙회장 선거가 되기를 희망한다.

<황민영 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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