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한미FTA반대 촛불문화제는 2008년의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재현인 듯 보였다. 고등학생을 포함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대표들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명동시내에서 한미FTA반대 전단을 시민들에게 나눠준 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촛불문화제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발언도 진행됐지만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서울대 병원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한미FTA가 통과되면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보험업자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국립병원도 민영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쳤던 2008년과 같이 고등학생들이 자유발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한 여고생은 “우리는 누가 선동해서 모인 것이 아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우리나라(지도)는 원래 호랑이 모양 이었는데 언제부터 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 하냐”고 비꼬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환호했다.
또 다른 여고생은 “MB정부 동안 맘 편하게 지낸 적이 없다. 5년이 50년 같았다. 우리 몫까지 (어른들이)투표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듣고 계시냐”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울을 비롯해 파주 시민도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파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남아 서울시청 광장에서 축배를 들자”고 말하자 참가자들이 뜨거운 박수와 연호를 보내기도 했다.
촛불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서울시민은 꼭 투표에 참여해서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대에 오른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긴장탓에 중간에 발언이 끊기면 자리에 앉은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응원을 해주기도 했고, 경찰력이 대한문 주변을 경찰버스로 둘러 막아버리자 “차 빼라, 차 빼라”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선선한 가을 날씨 덕에 유모차를 몰고 나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연인들은 팔짱을 끼고 양손에는 ‘한미FTA 반대’ 손팻말과 촛불을 한 개씩 나눠들며 데이트를 대신하기도 했다. 또 일부 젊은 참가자들은 스케치북을 찢어 ‘무서워효 FTA’라고 적어 손팻말을 대신하기도 했다.
모금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미FTA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함이 돌자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갑을 열었다. 이들 시민들은 천원, 오천원, 만원권을 들고 모금을 하기 위해 모금함을 기다리기도 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여기저기서 촛불과 ‘한미FTA반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대한문 앞마당이 시민들로 가득 차서 덕수궁 옆 돌담길 아래까지 참가자들이 자리를 펴고 앉았으며, 인근의 편의점은 음료를 사려는 시민들로 성황을 이뤘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한미FTA반대’, ‘이명박 정권 퇴진’이라고 적힌 손 팻말을 자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