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정신 빠진 통합 RPC

  • 입력 2011.11.07 09:05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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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5년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규모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거래 교섭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 근거를 만들었다. 개별 농협이 갖고 있는 RPC를 시·군 단위로 통합함으로써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5년이 지난 지금 통합RPC는 초기에 내세웠던 장점은 사라지고 문제만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통합RPC는 경영 실적이 저조하고,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또한 참여농협의 탈퇴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날로 커가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 사업을 협동조합의 정신에 맞게 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다. 오로지 경쟁력 지상주의에 빠져 농업의 특성과 더불어 협동조합의 원리를 무시함으로써 결국 목표했던 경쟁력은 고사하고 사업실패로 인한 부담만 농민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촉구한다. 농업을 일반 제조업과 같이 보는 시각을 버려야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시설과 규모로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농업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농협RPC는 원료인 벼를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것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비를 최대한 보장해야하고 더불어 시중 쌀값을 견인하는 역할이 있다.

그런데 통합RPC의 경우 협동조합이 아니고 회사의 형태로 운영되며, 운영에 농민들의 참여가 배제되어 수매가도 상대적으로 낮게 결정되고 있어 농민들이 불만이 팽배하다. 그렇다고 시장 교섭력이 강화되어 경영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설립 취지는커녕 현실은 정반대로 운영주체도 모호하고 책임성도 없어 주인 없는 사업체로 온갖 사고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적된 적자를 참여 농협에 전가하고 있다.

무조건 큰 것이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 없는 규모화 이데올로기를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일부 농협에서 벼건조저장시설(DSC)을 통해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높은 가격에 수매하여 시장에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에 주목해야한다.

불필요한 과잉 투자를 자제하고 지역과 실정에 맞는 시설을 통해 운영의 부담을 줄이고 농민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사업이 진짜 경쟁력 있는 사업이다. 협동조합 정신이 거세되고 기업경영논리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통합RPC사업은 재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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