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의 작은 공동체 만들었으면

  • 입력 2007.02.01 00:00
  • 기자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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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의 교회에서 공부방 형식의 아동 센터를 열고 있다. 평일에는 방과 후에 독서와 학습 지도를 하고 있고, 토요일에는 마을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옛 이야기를 듣거나 장구와 북 등을 놓고 풍물을 배우고 있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더욱 뜻깊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녀를 둔 엄마들 10여명 가량이 저녁밥을 먹은 후에 함께 모여 자녀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나 역시 지역에서 교육 문화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아 참가하게 되었다.

유치원 종일반 보조 선생님, 소녀 같은 외모지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김 양식을 하는 언니, 말은 어눌하지만 노래를 잘하고 잘 웃는 언니, 중학교 행정 보조 일을 하는 언니, 약국에서 보조 일을 하는 언니,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보조 일을 하는 언니, 김 공장을 하는 언니, 페인트칠을 하는 언니, 오토바이 수리점을 하는 반가운 언니들이 참가를 하였다.

첫 날에는 자기소개부터 했다. 자신의 별명, 나는 어떠한 사람이라는 장점과 단점, 가보고 싶은 곳,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소박하게 나누었다.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말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두라는 조언, 격려하기, 함께 놀아주기 등 여러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되는 주에는 MBTI 성격검사를 하였다. 남편과 함께 오라는 말에 나도 ‘모두 남편과 함께 참여해야만 한다’고 억지로 손을 이끌었다. 나말고도 두 명 정도의 남편되는 분들이 참여를 해서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달빛에 밤바다가 찰랑거리는 늦은 시각까지 다들 열심히 했다.

나도 우리 지역에서 ‘여성 독서 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매달 책 한 권씩을 읽고 와서 책을 읽은 소감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삶과 경험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책은 유명한 논술 강사인 한효석의 ‘부모자격 시험 문제’이다. ‘재주가 뛰어난 아이로 키우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도 힘들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고 있고, 독서 토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공부방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이 있었다. 첫 아이 임신 중이었고, 대학원생이며 읍내에서 산다고 했다. 우리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여하자 “시골 여자들이라고 해서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다들 대단하시네요.” 라는 이야기의 소감을 말해서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는 농촌에서 사는 여자들이라고 해서 얼마나 무시하고 소외시키는가. 교육과 문화에서 더욱 철저히 말이다. 그래서 그 초조함을 못 견디게 하면서 도시로 등을 떠밀기도 한다.

이렇게 농촌에서 사는 여성들 스스로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고민을 나누고 힘을 모아야할 것이다. 우리들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모일 수 있는 사랑방이나 작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누런 나락들이 이제 쌀알로 결실을 맺을 가을날이다. 키 큰 코스모스 앞에서 잠시 눈을 멈추다가 다시 일하러 나가는 언니들이 믿음직스러운 그런 날이다.

<조경선,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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