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수매는 꼼수다

  • 입력 2011.10.31 09:1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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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정부의 벼매입자금 융자 지원을 받는 농협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출하물량의 20%를 의무적으로 수탁수매 한다고 한다.

수탁수매는 농협이 수매가격 결정 없이 쌀을 팔고나서 수수료를 제하고 익년 2월 말경에 추후 정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쌀값을 놓고 농민과 농협이 다툴 일이 없어 좋고 농협 입장에서는 농가에 80%만 먼저 지급하기 때문에 20%만큼 물량을 더 살 수 있어서 좋은 제도라고 한다.

정부의 말처럼 수탁수매가 정말 농민들에게도 좋은 제도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수탁수매는 정부와 농협이 만들어낸 쌀값하락 꼼수다.

수탁수매는 자동차로 말하면 소비자가 타보고 가격을 결정해 주는 것과 같다. 수탁수매에는 생산비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다. 이 쌀을 생산하는데 소요된 농민의 생산 비용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생산자에게는 가격에 대한 어떤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사주면 고맙고 가격은 시장에 철저히 맡기는 것이다.

수탁수매를 하면 농협은 쌀이 얼마에 팔리든 신경 쓸 일 없이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 많이 팔면 수수료를 많이 받고, 싸게 팔수록 더 잘 팔릴 것이고, 농협은 적자 볼 일이 없어지고 쌀값하락의 손실은 전부 농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쌀값이 하락하니 경쟁력이 생겨서 수입개방을 해도 되겠다며 2014년 쌀 재협상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전면개방 수순을 밟는다. 정부와 농협이 협동해서 무이자 수매자금 지원을 무기로 쌀값 결정에 대한 농민 생산자의 주권을 강탈하는 것이다.

쌀은 주권이기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국가수매제를 밑바닥부터 허물어 버리는 정부의 꼼수다. 수탁수매는 농협 RPC 3% 인하정책과 정부미 반값방출에 이은 이명박 정부의 3대 쌀값하락 정책의 핵심이다.

정부와 농협은 무이자 수매자금을 미끼로 농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쌀값하락을 주도하는 것이다.
모든 물가가 오르고 농기계, 농약, 농자재가 올라도 10년 전, 15년 전 쌀값을 받으면서도 쌀을 지켜온 농민들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정부와 농협이 등 뒤에서 칼을 꽂고 있다.

농민들은 단 한 톨의 쌀이라도 수탁수매에 응해서는 안 된다. 당장에 춥다고 집안을 데우기 위해 대들보를 뽑아서 아궁이에 넣는 어리석음과 같다. 그것은 농민생산자의 주권을 포기하고 시장의 노예, 정부와 농협의 노예로 전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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