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 농민의 분노

  • 입력 2011.10.09 21:28
  • 기자명 최재관 여주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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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장이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며칠전부터 밤에 잠이 안오고 입술도 터지고 입안도  헐었다고 한다. 한 달전 조생종 벼값이 나오고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해마다 농사지으면 150마지기 농사에 마이너스 통장 메우고 나면 3천만 원이 남았다. 그 돈으로 일 년 살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마이너스통장을 메우고 나니 쓸 돈이 없었다. 150마지기 농사에 3천만 원이 고스란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올해는 쌀이 모자란다. 추석 때 농협이나 방앗간에서 원료곡이 없어 벼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방앗간에서 벼 없냐고 전화가 3통이나 왔다. 가까운 이천 하나로 마트에서 여주 쌀을 팔며 죄송하다고 안내문을 붙여놓은 상황이었다. 방앗간들은 벼를 구하기 위해 이웃 방앗간에서 계약해 놓은 벼를 웃돈을 주고 사가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농협이 시중가격에 찬물을 끼얹고 나섰다. 일반 방앗간보다 낮은 가격을 결정하여 시장가격을 오히려 낮추는 역할을 하고 나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농협이 쌀값을 높여주기는커녕 쌀값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농민에게 대략 6만5천원에 사서 5kg 포장으로 2만3천원, 80kg으로 환산하며 36만8천원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농민들의 쌀값은 잡고 자신들의 판매가는 높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는가. 분노한 이장은 마을 이장들을 모아놓고 폭리취한 조생 벼의 차액을 반환하고 수매가 7만원을 보장하라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주군 전체로 퍼져서 마을마다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장은 ‘농협이 왜 농민들의 쌀값을 잡으려고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정부가 농협에 내린 ‘농협 RPC 출하가격 3%인하하면 1천억원 무이자자금을 지원한다’는 공문과 정부미를 시장가격의 반값에 방출하면서 그것을 농식품부 이름으로 홍보전단까지 만들어서 뿌린 자료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게 정말 농식품부가 내린 공문이고 이게 정말 농식품부가 만든 반값 정부미 홍보물인가’ 이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자료를 보고는 농식품부나 농협이 농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인지 깨닫게 되었다. 정부에 불만 없는 농민이 없겠지만 이처럼 정부와 농협이 한통속이 돼서 전국 농협의 쌀값을 미리 다 결정해 놓고 마치 의사수렴을 하는 것처럼 시늉을 하는 것이구나. 시장과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농협의 가격 결정은 더 이상 우리 농민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대한 정부와 거대한 농협이 쌀값을 주무르는 오늘의 현실 앞에 자신의 존재가 너무도 조그맣게 느껴져 또 잠을 못 이룬다. 이장은 요즘 농협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책을 봐서가 아니라 농협이 진정 누구를 위한 농협인지 뼈저리게 몸공부를 하고 있다.

정부는 흉년이 든 지난해에도 쌀이 남는다며 쌀로 개사료를 만들자, 소여물로 만들자며 호들갑을 떨었다. 간척지에 콩을 심어라 옥수수를 심어라고도 했다. 논에 벼를 안 심으면 직불금을 줘가며 쌀농사를 줄여왔다. 그 결과 4대강과 각종 도로 건설로 농지가 4.3%나 줄었다. 이명박 장로의 감산 정책에 하늘이 감동해서 내리 흉년으로 쌀이 더욱 모자라게 되었다. 정부의 감산정책으로 쌀값은 오르고 있으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지난해 이맘때 140만 톤이던 정부 재고가 올해에는 80만 톤으로 한 해에 60만 톤이 줄었다. 올해의 생산량도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면 내년 이맘때 정부 재고는 20만 톤으로 떨어질 판이다. 이제 정부 비축미 70만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무도입량 수입쌀 이외에도 추가로 50만 톤의 수입쌀을 들여와야 된다는 계산이 된다.

우리가 그토록 걱정하던 식량대란이 이제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국제 쌀값은 연일 폭등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찌할 것인가. 그동안 농민을 무시하고 생산비도 안 되는 쌀값에 농사를 짓거나 말거나 방치해온 정부에 묻는다. 해마다 농지는 더 빠르게 줄고 농민들은 늙어 가는데 도대체 쌀을 어찌할 것인가?

최재관 여주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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