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죽이는 공공비축미

  • 입력 2011.10.09 21:2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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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수확철만 되면 농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가고 있다. 2009년에는 유례 없는 쌀값폭락으로, 지난해에는 흉작으로 헛농사를 지은 농민들이다. 그런데 올해들어 쌀값이 다소 회복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에서 2009년산 구곡 60만 톤을 수매가의 반값에 방출했다.

이 쌀은 지금 시장에서 햅쌀과 섞여 혼합미로 팔리거나 햅쌀로 속여 팔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속의 의지도 없고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실로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 교란에 동조하거나 방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를 농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쌀이 남는다고 논에 대체작목 재배를 권장하고 정부 소유인 간척지에서는 강제적으로 대체 작목을 재배케 하여 농민들을 압박하던 정부가 지금 쌀이 부족해 쌀값이 상승하자 쌀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정부가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농민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공공비축제도의 본질은 시가 수매, 시가 판매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2009년산 쌀을 공매하면서 수매가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공공비축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시장을 교란시켜 쌀값을 떨어뜨리고 수확기에 쌀값을 낮게 형성 시켜 공공비축 수매가 결정에 그대로 반영된다. 다시 말해 쌀값폭락의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농촌현장에서는 공공비축미 수매를 거부해야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수확한 쌀을 팔아 영농비와 부채를 상환해야하는 농민들이 오죽하면 ‘공공비축미 수매 거부’라는 선택을 하게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쌀값하락을 부추기고, 농민을 보호해야 할 농협은 이번 기회에 싼값에 수매하여 폭리를 취할 기회로 여기고 있으니 농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양곡정책 전반을 다시 짜야한다. 안정적 식량 생산을 통한 식량위기에 대비하고, 생산비를 보장하는 정책으로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북돋아 줘야한다.

아울러 농협은 수매가로 현지 쌀값을 견인해야 한다. 2005년 추곡수매제도가 폐지되기 전 수매가가 6만440원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공공비축미의 선지급금이 1등급 기준 4만 7천원이다. 선지급금이 너무 낮게 책정되면 산지 쌀값의 하락을 부채질 하게 된다. 공공비축미 선지급금을 5만 원 이상 올려야 할 뿐 아니라 공공비축미 수매가를 정부의 쌀시장 개입이전의 가격을 반영하여 신속히 결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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