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업법 개정 유감
종자산업법 개정 유감
  • 김은진 원광대 교수
  • 승인 2011.09.0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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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원광대 법과대학 교수)

애초에 1995년 주요농작물종자법과 종묘관리법을 폐지하고 종자산업법을 제정했을 때 이미 정부는 종자를 돈되는 사업분야로 찜해두었다는 사실을 예견했어야 했다.

종자산업법은 수차례 개정되면서 특정 개인(단체, 법인)에게 종자에 대한 권리가 서서히 넘어갔다. 불과 두 달 전인 7월에 개정된 종자산업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법은 완전히 종자산업법과 식물신품종보호법이라는 두 개의 법으로 나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종자에 관한 모든 권리를 민간기업에 넘겨줄 것이며 그런 민간기업을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런 정부의 시도가 유감인 것은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

원래 종자산업법은 그 목적 자체가 식물품종보호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법은 그 조문의 90% 이상을 품종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에 할애했다. 그러다 지난 7월의 개정에서 종자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항을 추가했다. 물론 이 육성과 지원의 내용은 국가가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실용화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 외에도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정했다.

기존의 종자산업법은 품종을 육성한 민간에게 권리를 주는 것이지 이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거나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는 없었다가 이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이를 곰곰이 되짚어 보자. 원래 종자는 자가채종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온 농민의 것이었다.

그러나 다수확품종의 개발 등을 이유로 국가관리를 통한 정부보급종이 활성화하면서 주요농작물종자법과 종묘관리법에 따라 농민의 것이었던 종자가 서서히 국가에서 주는 종자로 바뀌었다. 그 다음은 종자산업법에 따라 종자의 권리가 육종가에게로 서서히 넘어가고 자가채종은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는 종자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슬쩍 집어 넣었다. 문제는 그 다음 수순이다. 그 개정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기존의 종자산업법의 목적이었던 품종보호는 완전히 법에서 빠져나가 식물신품종보호법이라는 새로운 법으로 바뀌고, 종자산업법은 순전히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체단체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지원책들로 가득찼다는 점이다.

이제 법은 ‘신품종을 개발한 사람(내지는 기업)을 보호해 주겠다’에서 ‘보호는 당연한 것이고 신품종개발하려는 사람(내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국가에서 해주겠다’로 바뀌었다. 더 가관인 것은 품종보호법을 따로 만들면서 품종보호권 침해에 따른 벌칙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바꿨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처음 법을 만든 1995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가채종하는 농민에 대해서 해당종자의 품종보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또 시행령에서는 이를 농림수산식품부가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종보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고시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정되지 않았다.

결국 법에서 자가채종을 정한 것은 마치 농민들을 그래도 조금은 보호할 의지가 있는 듯이 보이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음을 이번 벌칙강화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 두 법이 통과되면 종자기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낼 것이고 농민은 그 종자를 해마다 사는 것 외에 자가채종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농민을 이렇게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해답은 “종자산업을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2020년도까지 종자 수출액을 현재 2500만달러에서 2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2020 종자산업 육성대책’ 속에 있다. 정부의 관심은 종자를 팔아서 돈을 버는 돈되는 사업이지 그 종자가 심어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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