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

  • 입력 2011.08.17 17:4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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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2만여 축산인들이 모여 정부정책에 항의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입은 있으되 아무런 대꾸가 없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낙농인들은 폭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철야농성을 하며 우유값 인상을 요구했다. 물론 우유값 결정은 낙농진흥회가 결정하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루고 일천여 농가는 평생의 업을 접었다고 한다. 평생의 업을 접는 심정을 누가 알기나 할까? 날은 덥고 계속되는 궂은 날씨에 산유량은 줄고 사료값과 약품값에 모든 자재비가 치솟아 우유단가를 올리지 않으면 도저히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소비자들의 사정도 생각해야겠지만 더 이상 우유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국민 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꼼수가 뒤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낙농가와 낙농진흥회가 알아서 풀 일이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낙농진흥회의 등을 지르고 서있는 것이다. 배추 값이 그렇고 마늘 값이 그렇다. 장기적 측면에서 각종 먹을거리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게 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고장난 음반처럼 같은 소리만 되풀이 하고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학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믿음과 기대가 실제로 일어나는 효과인데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해 놓고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사랑했다고 한다. 어찌나 그 모습이 절실한지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의 절실함이 조각상을 사람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1993년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한국의 농민들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수입개방정책에 대응해왔다. 고속도로 막고, 한강다리 막고, 데모꾼이라는 비난과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서럽게, 그렇지만 땀흘려 열심히 먹을거리를 생산해 왔다.

이번 낙농가들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은 면이 있다. 이것이 아파트값 떨어질까 봐 불리한 걸 쉬쉬하는 님비라고 할 수 없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이기주의라 할 수 없다. 우유는 자라는 세대의 중요 영양물이다. 제2의 식량인 것이다.

이런 중요 먹을거리를 남의 손에 맡길 수도 더더구나 없다. 낙농가들은 스스로 믿음과 기대가 절실하도록 만들어 가야한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해결해 내도록 해야 한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에 생명이 불어 넣어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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